“선진국 잣대를 전 세계에 요구해서는 안 되며, 기술 패권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반대한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화는 역사의 필연적 흐름"임을 강조하며 미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다만 그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각국의 정책이 점점 더 자국에만 치중하면서 국제 무역과 투자에 장애물이 많아지고 있다”며 “전 세계에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모두 국제 질서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며 이는 경제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부주석은 또 “국제사회가 중국이 평등하게 글로벌 기술 거버넌스 체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을 주요타깃으로 삼고 이를 공격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왕 부주석은 “각국은 특히 신흥국과 발전도상국의 이익을 모두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며 “선진국은 자국의 안보나 잣대를 전 세계에 요구해서는 안되고, 기술패권을 추구해서도 안되고, 타국 내정에 간섭해서도 안 되며 평화롭고, 안전하고, 민주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기술 규칙체계와 국제협력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 모든 인류가 기술혁신의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주석은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로, 199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의 성장은 계속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것이란 점이다"고 전했다.
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해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포럼은'지구화 4.0: 4차 산업혁명시대 글로벌 아키텍쳐(Global Architecture) 형성'을 주제로 총 400여개 공개,비공개 세션에 30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편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연설 및 문답에서 중국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영상에서 "전 세계에 수많은 위협이 있다"며 "특히 중국의 국가주의적 경제모델, 이웃국에 호전주의적인 태도, 전체주의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하지만 꼭 초강대국간 반드시 충돌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달말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는 중국측 대표단을 잘 맞이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정책은 반드시 항행의 자유, 공정무역 등과 같은 미국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년간 미·중관계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중국이 이에 부합하는 정책을 취하고, 만약 그렇다면 나는 우리 양국이 공동으로 번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은 앞으로 무역불균형 문제, 중국 진출 미국기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탈취 등 많은 어려운 작업들이 남아있지만 우리가 모든 문제를 건설적으로 처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는 미국이나 인민뿐만 아니라 중국인민에게도 밝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