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운동 선봉에 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가 회생을 위한 경제정책 관련 콘퍼런스 참석차 카라카스에 위치한 베네수엘라중앙대학교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
유럽국가들이 4일(이하 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은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라고 공식 인정하고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남미 일부 국가들의 지지에 유럽국가들의 공식 인정까지 더해지면서 과이도 의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넓어지게 됐다.
프랑스를 비롯해 스페인, 스웨덴, 영국 등은 4일 과이도를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지난달 26일 베네수엘라가 8일 이내에 대선 재실시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달부터 '두 명의 대통령' 사태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야권은 유력 후보들의 입후보를 봉쇄한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고 반발해왔다. 여기에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 경제 파탄으로 국민들의 민심이 돌아서면서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는 규모를 키워왔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권의 퇴진 요구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전례 없는 '두 명의 대통령' 사태와 관련해서 세계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남미국가들은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고 했지만 러시아, 이란 같은 국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편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럽국가들이 미국 편에 서면서 베네수엘라의 정치 상황을 둘러싼 대립은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서방국가들의 압박에 마두로 대통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3일 스페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유럽 국가들)은 최후통첩으로 우리들을 극단적인 대립으로 몰아넣으려 한다"고 한다면서 재선거 요구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도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CBS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피로 얼룩진 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에서 베네수엘라 군사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 가지 옵션"이라고 답하면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실수를 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전을 베네수엘라에서 반복하려한다고 비판했다. 또 "북미 제국(미국)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다"라면서 "결코 베네수엘라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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