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잔액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확대돼 경기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빚을 내는 자영업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금리 이자를 내야 하는 2금융권 대출이 크게 늘면서 부실화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609조2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3% 이상(18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해 2분기 590조7000억원으로 2017년 말(548조2000억원)보다 41조5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또다시 3개월 만에 20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2017년 14.4%, 2018년 2분기 15.6%로 늘어났다가 같은 해 3분기에는 13.8%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3분기 가계대출 증가율인 6.7%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액 역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말 3억원에서 2018년 2분기 3억4600만원으로 늘어났고, 3분기에는 3억4900만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난해 4분기 역시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의 대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자영업자의 상호금융권 대출 잔액(작년 9월 기준)은 1년 전보다 38.0%, 저축은행 대출은 37.6%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 대출 증가율(9.6%)보다 4배나 높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음식‧숙박업의 대출 잔액(작년 9월 말 54조5585억원) 중 상호저축은행·상호금융·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16조3339억원) 비중은 29.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갈수록 대출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 비중이 높아지는 셈이다.
연 평균 금리가 20% 이상인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규모도 2015년 1조1009억원, 2016년 1조3604억원, 2017년 1조4050억원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7348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영세 업종에 몰려 있는 데다 소득이 불안정한 특성 탓에 자영업자 대출은 금리상승기의 '취약 고리'로 꼽힌다.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면 빚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부실화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기 위해 여신심사 고도화를 추진하고 1분기 중 제2금융권에도 RTI(이자상환비율)를 도입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가계부채관리점검 회의에서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액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 감독기관, 금융사 모두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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