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귀족 노조와 사회적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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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산업부 부장
입력 2025-02-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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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노조는 본래의 취지를 잃고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귀족 노조’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그 문제점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귀족 노조의 등장은 주로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나타난다. 이들 노조는 상대적으로 고임금과 안정적인 근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높다. 하지만 이들은 종종 지나친 혜택만을 추구하며 노조 활동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의 경영 상황이 어렵지 않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에서는 안정적이 고용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주도하는 노조는 점차 귀족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귀족 노조가 문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과도하게 보호받는 반면 그 외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며, 귀족 노조가 보호받는 고용 안정성이나 높은 임금을 누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귀족 노조는 자신들의 혜택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사회적 불평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노동계의 연대감을 약화시키고, 대다수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파업을 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파업 명분은 황당하다. 전삼노는 당시 연봉 협상(기본인상률 3%)을 거부한 855명에 대해 더 높은 임금 인상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사측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거부하자 돌연 파업카드를 꺼냈다. 전삼노 조합원은 전체 직원 중 23%인 2만8400만명인데 이 중 파업에 적극적인 조합원만 혜택을 주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소수 강경파만 대변해 대표성을 잃었다’는 말이 나왔다. ‘무노동·무임금’을 공언하고도 ‘파업으로 발생하는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라’는 엉터리 주장도 늘어놓았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국내 최고 수준인 1억2000만원인데 귀족 노조의 횡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 노조의 성과급 요구도 귀족 노조의 사회 불평등을 부추긴 사례 중 하나다. 사측이 ‘초과이익성과급(PS)’ 지급률을 1450%로 제안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최대 실적 달성 후 이듬해 1500%(PS 1000%, 특별기여금 500%)를 지급했는데, 지난해 이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최소한 2018년 지급률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1000% 넘게 받으면서 더 달라고 하는데 일반인들과 괴리가 심하다’ ‘귀족 노조 역겹다. 수출 잘될 때는 뜯어가고 회사가 어려울 때는 보탤 생각이 없고···’ ‘저런 노조는 해산시켜라’ ‘투자자는 배당금도 안주고···’라는 댓글 등이 달리고 있다.

결국 회사와 노조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행복의 특권’ 저자인 긍정심리학자 숀 아처는 “현대사회에서 최대 경쟁력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지수가 높아야 업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잡으려는 행복, 하지만 많은 이에게 행복은 그림의 떡처럼 보인다.

역대급 경기 불황이 예고되고, 그 사이에서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귀족 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 획책’은 전 국민적 분노만 살 뿐이다.
 
전운 산업부국장
전운 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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