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서울아산병원에서 생체간이식 받고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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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02-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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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스탠포드 병원, 서울아산병원 추천

찰스 칼슨과 의료진이 지난 22일 칼슨 생일파티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

서울아산병원이 미국인 간경화 환자에게 생체간이식을 성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찰스 칼슨(CHARLES CARSON, 47세 남성)씨에게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찰스 칼슨은 2011년 병원을 찾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간경화와 골수 이형성 증후군을 차례로 진단받았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은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혈소판, 백혈구 등의 혈액세포가 줄어 면역기능 이상과 감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 백혈병으로도 진행되는 매우 위험 질환이다.

칼슨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 항암치료를 10회 이상 진행했지만 간 기능이 더 나빠져 더 이상 치료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미국 장기이식 네트워크(UNOS)에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뇌사자 간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고,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칼슨 씨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받는 생체간이식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생체 간이식 경험이 적은 미국 모든 간이식센터에서는 동반된 골수 질환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수술을 꺼려했다”고 말했다.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간을 전공하고 있는 재미교포 교수 A씨는 칼슨에게 생체간이식은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다.

이에 칼슨은 한국을 찾았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가 지난해 11월 초 홈페이지로 접수된 칼슨의 진료기록과 검사영상을 검토했다.

스탠포드 의료진 역시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칼슨을 부탁했다. 송 교수는 쉽지 않은 케이스라고 생각했으나 수술을 결심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은 혈액내과와 긴밀히 협의해 치료계획을 세웠고, 환자가 고위험의 복잡한 수술과 긴 수술 후 회복과정에서 합병증 없이 무사히 잘 버텨낼 수 있도록 모든 검사를 반복해 검토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수술은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칼슨에게 부인 헤이디 칼슨(HEIDI CARSON, 47세)의 간을 이식했다. 최소 절개 기법을 이용해 복부에 10cm 정도의 작은 절개부위만 내어 흉터와 합병증 가능성을 최소화 해 아내의 간 62%를 성공적으로 절제했다.

칼슨의 경우 간경화로 인한 잦은 복막염으로 인해 유착이 심했고 간 문맥 혈전과 많은 부행혈관들이 발달해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고난도의 수술 술기를 요구하는 어려운 수술이었다. 보통 10시간 안팎으로 걸리는 다른 생체간이식 수술에 비해 18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긴 수술 동안 혈소판 16팩, 혈액 20팩 등 엄청난 양을 수혈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골수기능에 문제가 있고 예상보다 이식 받은 간 기능이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며 “수술 후에도 위험한 순간들이 종종 찾아와 오랜 기간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치료로 고비를 잘 넘겼으며, 2월 중순부터는 일반병실에서 회복했다.

칼슨은 “한국에서 입원생활을 했던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의료진 모두가 많이 신경써줘 회복할 수 있었다”며 “나와 가족의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아산병원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환자를 처음 의뢰받았을 때 간경화로 인해 복수가 많이 차있었고,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아 많이 쇠약해진 상태여서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며 “그러나 간이식팀 의료진 전원이 환자 상태를 매일 공유하고 고민하며 함께 노력했고 환자도 치료에 잘 따라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간 기능을 회복한 칼슨은 25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으며, 스탠포드 대학에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에 대한 항암 치료를 다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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