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메르스도, 미세먼지도…뒷북만 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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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9-03-0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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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뒤덮인 울산 도심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일까지 엿새 동안 이어진 미세먼지 사태는 ‘국가재난’을 방불케 했다. 서울·수도권 초미세먼지 수치가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가 하면, 비교적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던 강원이나 제주까지도 미세먼지 직격탄을 맞았다.

극심한 미세먼지 대기상태가 이어지자 여론과 지역 곳곳에서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국회에서는 지난 5일부터 여야 구분 없이 일제히 시급한 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어 단 하루 만에 국회에서는 그간 계류돼 있던 여러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간 미세먼지는 국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소재였다. 여야가 ‘5·18 망언’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여러 사안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미세먼지 관련 법안 50여개는 수년간 계류되면서 먼지가 쌓여왔다. 이 중에서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배출가스 과다 발생 차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대표 발의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2016년 6월 접수돼 이미 2년을 훌쩍 넘긴 상태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켜 국가안전관리체계에 따른 위기단계별 조치와 함께 피해규모에 따라 수백억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재난 및 안전 관리기본법 개정안’도 지난해 4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약 1년간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미세먼지 법안 처리뿐만 아니라 의회 차원에서 중국을 공식 방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자유한국당에서는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까지 출범하는 등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한 국회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빼닮았다. 당시 메르스 바이러스 유행과 함께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만큼 전국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당시에도 국회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임시국회를 통해 정부 부처에 비판과 주문을 쏟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메르스와 같은 해외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감염병 예방·관리 법령 개선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였다. 이 같은 필요성은 메르스 사태가 종료된 지금도 여전하지만, 현재는 또다시 공허한 외침만 계속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세먼지가 메르스처럼 뜻밖의 사고로 한순간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할 만큼 오랜 기간 다뤄진 문제다. 그럼에도 이제야 대응체계 확립을 위한 법 개선 논의가 이뤄지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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