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를 단 3일 앞둔 31일 통영 미수교회 앞에서 만난 이모씨(49)는 “조선소가 있을 때 사람들이 잘살다가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서 평택, 목포, 포항으로 떠났다”며 “집값도 다 떨어져나가고 집이 텅텅 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통영시민들은 한목소리로 통영 경제 침체를 언급했다. 사실상 폐허나 다름없는 구 성동조선소 앞에서 만난 박모씨(63)는 “통영 경제는 최악”이라며 “여기에 지금 노는 사람이 꽉 찼다. 밤만 되면 ‘유령도시’”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조선 건조기술을 갖춘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조선업’ 활황으로 신바람을 냈다. 특히 통영과 함께 조선업이 경제 축이었던 거제에서는 ‘개가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이른바 조선업이 들어선 도시는 ‘부자도시’라는 부러움도 샀다.
극심한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4‧3 재보궐 선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 인물이 통영 경제를 이끌어주길 한마음으로 소망했다.
통영 봉수골 벚꽃축제를 맞아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온 김모씨(34)는 양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토론회를 보고 양문석 후보에게 마음이 갔다”며 “여론조사에서 뒤처지는 것 같지만 토론회를 계기로 뒤집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통영 조선소에서 일했다가 실직한 고모씨(60)는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탕성조사 면제에 통영을 지나는 서부경남KTX(남부내륙고속철도)가 선정된 것을 언급하며 “여당을 찍어야 아무래도 통영이 발전되는 일이 많아지지 않겠나”고 했다.
미수1 노인회관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80대 할머니들은 대체적으로 정점식 한국당 후보에게 마음이 쏠려 있었다. 노인회관에서 만난 양모씨(81)는 “누구를 지지한다 안 한다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노인들이 운동을 하는데 (여당) 후보가 유세하러 온 것을 보면 마냥 예쁘게 보지 못하겠다”고 했다.
통영에서 10년 넘게 택시기사를 해온 채모씨(50)는 19대 대선, 6‧13지방선거를 지나 민심이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통영시장 모두 민주당에서 당선이 됐다”면서도 “지금 택시 타는 손님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민주당을 못 뽑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한편, 이날 양문석 후보는 오전에 통영 죽림지역을 방문해 민심행보에 나섰고, 오후에는 '사랑도' 일대를 돌면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민주당 소속 의원 30명은 통영·고성 일대를 누비면서 양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정점식 후보는 미수동 대건성당에서 미사로 하루를 시작한 뒤 통영시민들의 나들이로 붐빈 봉숫골 축제장 등을 방문해 막판 지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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