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 결국 '소송전'
30일 관련업계 고위 관계자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인력 유출'을 놓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그동안 깊어진 감정의 골이 터잡은 것"이라며 "LG화학 입장에선 SK이노베이션이 급격히 투자를 늘려 추격해 오는데다 그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판단,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LG화학은 29일(현지시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바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 소재인 2차전지 부문에서 자사의 고급 인력 76명과 함께 관련 기술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LG화학은 중국시장을 제외하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세계 순위에서 2위(7.3Gwh)에 오를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한테 맹추격 당하고 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순위는 7위에서 6위로 올랐다. 관련 투자는 가파르다. 최근엔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추후 투자 규모를 5조원까지 늘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해에는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8200억원을 투자, 신규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3월엔 헝가리에도 84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LG화학 입장에선 SK이노베이션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2차전지 시장은 양사 입장에선 물러설 수 없는 '전쟁터'다. 세계 최대 민간 경제분석회사인 IHS마킷 등에 따르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규모는 오는 2025년 1600억달러(약 18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차량 판매 비중에서 차지하는 순수전기차 비중은 오는 2030년이면 3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필 미국? "양사, 양보 없다"
관련업계는 LG화학이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데 주목하고 있다.
과거 국내 사례를 보면 대기업간 소송은 국내에서 진행됐다. 2012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맞소송한 게 대표적이다. 이 당시 양사는 이번처럼 '핵심 기술 및 인력 유출' 논란과 관련해 맞부딪힌 바 있다. 다만 국익을 고려한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원만히 화해했다.
이에 비해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은 소송과정에서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규정한다. 이는 증거 은폐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위반 시 소송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선례를 본 LG화학이 '양보 없이 직진한다'는 목표로 미국 법원을 전략적으로 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법적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인력을 채용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자사는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에서 경력 직원을 채용해 오고 있다"면서 "인력 이동은 처우와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당사자가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법적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톱3 배터리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본연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사 기업로고(CI). [사진 제공= LG화학,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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