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 해외 법인 '中企 갑질' 전방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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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5-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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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갑질 거래 실태 조사에 이은 두 번째 칼날…을지로위 컨트롤타워 맡아

  • 대기업 미래먹거리 찾아 해외 법인에 주력…부작용 땐 脫한국 현상 심화

​당·정·청이 국내 대기업 '해외 법인'의 우월적 지위 남용 실태를 전방위로 조사한다. 이른바 '속지주의'로 인해 국내 대기업 해외 법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시정명령 처분이 어려운 만큼, 당·정·청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법인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인 '갑·을 관계'를 이용, 중소기업에 사실상의 강요행위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당·정·청이 '공기업의 갑질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국내 대기업 해외 법인의 분쟁을 집중적으로 점검함에 따라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대기업 불공정 거래 이슈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당·정·청 회의체' 을지로委··· 갑질 근절 컨트롤타워

23일 여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국내 대기업이 자사의 해외 법인 이익을 위해 중소기업에 행하는 거래상 지위 남용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 갑질 근절의 컨트롤타워는 당·정·청 회의체로 전환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이하 을지로위)가 맡는다.
 

지난 12일 1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사진=연합뉴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중소기업이 해외로 동반 진출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속지주의' 때문에 당국의 행정상 조치에 한계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속지주의는 특정 사건에 대한 관할권의 행사 주체가 '사건 발생 장소', 즉 소재국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가의 영토주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상 통용되는 법리다. 우리 역시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선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국내법을 적용한다.

문제는 국내 행정당국 역시 속지주의에 막히면 대기업에 대한 시정명령 등 행정상 처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정·청이 을지로위를 컨트롤타워 삼아 국내 대기업 '해외 법인'의 우월적 지위 남용 실태 조사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의 이유로 해외 법인을 늘리는 '탈(脫)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정·청 회의체인 '을지로위의 칼날'은 기업 경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해외 계열사는 2012년 말 2506개에서 2017년 말 3455개로 5년 새 40% 가까이 증가했다.

◆포스코ICT·유징테크 상생협약··· 구속력 담보는 과제

여권은 제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소기의 성과를 올린 점이 한몫했다. 을지로위는 지난 2월 정보기술(IT) 서비스 및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포스코ICT와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인 유징테크 간 대금 미지급 등 갈등을 중재, 상생협력 합의서를 끌어냈다.

유징테크는 2001년 설립 이후 포스코ICT와 지속적으로 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에는 포스코ICT와 함께 중국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시 계약은 포스코ICT의 중국법인 '포스코ICT-차이나'와 유징테크 간에 이뤄졌다.
 

여권이 국내 대기업 해외 법인의 분쟁을 집중적으로 점검함에 따라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대기업 불공정 거래 이슈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그러나 포스코ICT는 중국 프로젝트 완성 이후에도 사업대금 지급 등을 미뤘다. 유징테크는 지난해 9월 공정위에 분쟁 조정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외국 법인은 속지주의로 인해 시정명령 등의 처분이 어렵다'였다.

이후 을지로위가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양사는 '대급 지급 및 향후 협력사 선발 시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상생협력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다만 일종의 양해각서 형식에 불과한 상생협력 합의서가 구속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국회 대관업무를 맡는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인식은 여전히 이분법적인 것 같다"며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한국 엑소더스(탈출)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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