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으로 병가내도 되나요?" 현실 비웃는 국민반응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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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입력 2019-05-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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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여론 반발...일중독, 넷플릭스중독 등 풍자 이어져

  • 게임중독 자초한 '확률형 아이템' 비난 목소리도 커져...네티즌도 찬반 논쟁 열기

"일중독은 왜 질병으로 분류 안하죠?", "게임중독으로 병가내도 되나요?", "한국 막장드라마도 위험한데 질병으로 분류하시죠?"

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 25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게임중독(Gaming disorder)'를 포함시키고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합의했다.

WHO가 새롭게 정의한한 게임중독의 기준은 게임의 시간이나 빈도를 통제하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때, 부정적 결과에도 이용을 멈추지 못하는 등 12개월 이상 게임 이용을 하는 데 있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2022년 1월부터 전세계 200여개국에서는 게임중독이 의심되는 이용자들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치료목적의 공식 진단명을 받을 수 있다.
 

'게임세상이 왔다' (고양=연합뉴스)= 차세대 융·복합 종합게임쇼 '2019 플레이엑스포(PlayX4)' 개막 첫날인 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을 찾은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2019.5.9]

관련업계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여론은 반발 심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잠재적인 정신질환자로 보는것과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일부 국가에서 동성애자를 에이즈 환자로 보는것과 비슷한 논리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중독 질병 분류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판에는 넷플릭스중독, 일중독, 운동중독 등을 언급하며 유독 게임을 유해물질로 저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회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 네티즌은 "게임중독 질병코드화의 답은 명쾌하다. 이제부터 게임중독으로 병가를 낼 수 있는지 국가에서 확인해주면 된다"고 주장해 많은 호응을 이끌고 있다.

한 네티즌은 "드라마에서 불륜, 사생아, 납치, 간통, 도둑질 등 위험요소가 가득한데 남녀노소 무리없이 수용하지 않나. 이것부터 치료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게임중독 질병분류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보험처리를 통해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것은 좋지만 어떤 게임을, 어떤 기준으로 확정 진단하는지 애매하다"며 "전적으로 정신과의사에게 의지해야 하는데 신뢰의 문제로 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게임중독 질병화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게임중독은 영구적이지가 않다. 그 옛날 퐁이란 게임이 가져온 열기 아직 이어지나요? 아님 너구리잡기나 아타리 같은 게임은요? 음악도 취향의 맞는 음악을 많이 들으면 계속듣고 음식도 반복적으로 먹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음악에 중독되고 음식에 중독 되었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하나"라고 적었다.

이어 "당장 초등학생 게임 의존증 스타크레프트 하다 친부살해 라는 제목의 기사는 있지만 40대 남성 알콜 의존증 아사히 맥주 마시고 음주운전으로 사망 이런 기사가 있나? 통계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을 사실로 받아 드릴건가?"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게임중독 질병 지정 반대 입장을 내놨던 유튜브스타 대도서관의 의견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게임중독 질변코드화를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유튜브 스타 대도서관.[사진=유튜브 캡처]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게임을 하는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아실현이나 성취 욕구"라며 "학원에 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아이가 성취욕을 느끼는 건 게임뿐이다. 게임 중독은 질병이 아니다"라고 국내 현실을 비판하며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200여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대도서관의 발언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대도서관을 옹호하는 네티즌과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학부모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며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반면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데 이견이 없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네티즌은 "사행성 우려가 깊
은 확률형 아이템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게임중독 문제의 주원인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꼽았다.

국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기업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형 유료아이템으로 랜덤으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카지노 룰렛처럼 행운에 기대 계속 돈을 걸수밖에 없는 구조다.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계 최대 수익모델로 대다수가 '부분유료화'라는 정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게임산업에 관대하지만, 게임 콘텐츠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과거 Outfit7이라는 모바일 개발사가 고과금 아이템 판매로 인해, 독일 정부로 부터 경고를 받았다.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에 건당 99달러 (약 11만원)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이슈가 됐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구매하고 사용하지 않은 크레딧을 일정 기간 후 소멸시키는 Sony PSN의 이용 약관에 대해 독일 소비자 단체 (NRW)가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었다.

벨기에에서는 Square Enix사의 3종 인기 모바일 게임이 랜덤 상자판매에 대한 규제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국내 통계청은 오는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중독을 포함시키기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할 예
정이다.

통계청은 5년의 유예기간 동안 국제질병분류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관련기관, 관련업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현장의견 수렴 및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기존 ICD10코드와 달리 ICD11이 세부조건이 추가되며 선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논의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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