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기업가치와 주가는 '주인과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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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6-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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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P자산운용 부사장


주가지수가 다시 추락하고 있다. 얼굴빛이 어두운 펀드매니저도 그만큼 늘었다. 공들여 내놓았던 혼합형(주식+채권) 펀드 성적도 나빠졌다. 올해 들어 한때 4%를 넘었던 수익률이 이제는 2%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펀드를 산 지 얼마 안 됐다면 손실(-1.5% 안팎)을 보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주식을 더 샀다. 혼합형 펀드가 담는 주식 비중을 35%에서 40%까지 늘렸다. 아직 주식시장은 불안하다. 그래서 적극적인 주식 매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정성을 쏟아온 포트폴리오를 믿어야 한다. 물론 보유종목 미래가치가 나빠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얘기가 있다.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기업가치와 주가를 '주인과 강아지'에 비유했다. 산책하는 주인은 기업가치로, 주인과 함께 다니는 강아지는 주가로 보자는 거다. 강아지는 주인을 훨씬 앞서기도 하고 한참 뒤처지기도 한다. 가끔 강아지는 숲속으로 사라지기까지 한다. 이런 움직임, 즉 주가를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가치투자자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주인이 어떻게 움직일지 짐작하기는 쉽다. 돌발변수 때문에 주인이 아예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만 잘 챙기면 그만이다. 애초 산책길 동선이 한결같은 주인(기업)만 골라 투자해도 좋다.

주식시장에 곧장 적용하기는 어려운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원화약세가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우리 원화가치는 주요국 화폐보다(특히 일본 엔화에 비해서) 크게 떨어져왔다. 이런 원화약세는 도리어 오아시스와 같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원화가치는 주가와 함께 추락했다. 그때도 모두가 숨가쁘게 움직이는 강아지(주가)만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았다. 반대로 주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들여다본 투자자는 큰돈을 벌었다. 원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을 키운 우리나라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화장품이 세계에서 더 많이 팔렸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원화약세도 마찬가지다. 여러 회사에 많은 기회를 줄 거다.

주식시장이 불안할수록 강아지보다 주인을 좇아야 한다. 실마리를 못 찾는 미·중 무역분쟁과 가파른 원화약세, 우리나라 주식 비중을 줄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는 분명히 악재다. 그렇더라도 이런 악재가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한 종목, 한 종목씩 깐깐하게 따져야 한다. 미래가치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지금 추락하고 있는 주가는 도리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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