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건기자의 비밀 동물원 1]
호주의 귀여운 마스코트, 코알라가 항상 피로한 이유는 뭘까. 높다란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서 하루 20시간가량 잠을 자는 이 동물이 게슴츠레한 눈을 한 까닭은, 간 때문이다. 거기에는 모성의 비밀이 있다. 유칼립투스에는 독성물질이 있는데, 이것을 새끼가 바로 섭취할 수 없기에 어미가 먼저 섭취해 체내에서 해독한 뒤 항문으로 배출해 그 '무독의 배설물'을 먹인다. 새끼의 먹이를 만들어주기 위해 온몸으로 해독하는 '희생적인 어미'가 바로 코알라다. 어미는 독 있는 유칼립투스를 먹느라, 간이 몹시 피로해 잠을 자는 셈이다.
'물이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코알라는 초식 동물 중에서도 유칼립투스만을 먹고 사는 단식성 동물이다. 이름에 걸맞게 생활에 필요한 수분조차도 물 대신 유칼립투스로 섭취한다. 그런데 이 유칼립투스에는 다른 동물들이 먹었을 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독성 물질이 많다.
코알라의 간은 이렇게 치명적인 독성을 해독하는 기능을 하고, 그 과정에서 졸음이 유발된다. 또 코알라가 유칼립투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양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활동량이 줄어든다. 코알라가 종일 무기력하고 피로한 이유다.
이에 코알라는 사고에 필요한 뇌를 줄이고 효율적인 영양분 섭취에 필요한 소화기관을 늘렸다. 코알라의 뇌는 17g 정도로 매우 작지만, 맹장은 무려 2m 정도로 모든 동물 중에서 몸집 대비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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