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교착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국회 상황과 관련해 “난파선에 타서 선장을 하려고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대한민국호(號)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무한 정쟁이 아니라 민심을 향한 무한 경쟁체제로 국회가 바뀌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공식방문 일정 중 3박 4일은 러시아에서, 5박 6일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서 보내며 대통령·총리 등 각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 중인데 국내 상황은 답답할 따름”이라며 “국회의 품격은 국회 스스로 만들어 가야 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문 의장은 “남은 민생법안들을 지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는 망하는 길 뿐”이라고 역설했다.
다음 달이면 국회의장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지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있는 힘을 다했으나, 자책감이 크다”면서도 “남은 1년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파하며, 각국 의회에 ‘문희상 이니셔티브’ 알렸다.
지난 2월 미국, 지난달 중국을 각각 방문했던 문 의장은 우리나라 국회의장 최초로 러시아 상원 의회 본회의 연설에도 나섰다.
문 의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한·러 공동의 노력을 재확인하고, 러시아에 ‘촉진자’ 역할을 요청했다”면서 러시아의 남북 대화 지지와 남·북·러 3각 협력 활성화를 강조했다.
발트 3국 방문에서는 국가별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맞춤형 의회외교’를 펼쳤다. 국회의장의 발트 3국 방문은 2011년 박희태 의장 이후 8년 만이다.
문 의장은 “발트 3국 모두 한국과의 적극적인 협력관계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발트 3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보고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러시아 방문 의미와 성과는.
“이제는 G2(미국·중국)에 줄을 서서 안보·경제를 보장받는 시절은 지났다고 본다. 자긍의 외교를 시작할 시점이 왔다.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지켰다는 데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내년에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교역 300억 달러, 인적 교류 100만명 시대를 열어야 한다. 또한 남·북·러 3각 협력을 본격화하는 데 있어 양국 국회가 역할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러시아에 이어 박희태 의장 이후 8년 만의 발트 3국 방문이 눈에 띈다.
“외교부의 추천을 받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무진들이 아니냐. 대통령이나 총리, 국회의장은 실무 연결을 위한 방문이다. 외교 당국이 잘 챙기지 못하는 나라를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트 3국은 외세에 의한 침략의 역사가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외유성 논란 등 의원외교를 바라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외교를 중시하는 이유와 향후 발전 방안은.
“그동안 일부 사례들 때문에 의원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내가 (국회의장) 취임 후에 모든 예산을 축소했다.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출장 전·후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가별, 지역별 ‘의회외교포럼’을 출범시켜 다선의 중진의원들에게 12개 주요 국가를 맡겼다. 일본은 아직 안 갔지만 미국·중국에 이어 이번 러시아에도 중진의원들을 데려간 것도 이 때문이다.”
-순방 중에도 국회가 계속 공전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해외에 나와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 중인데 국내 상황이 답답할 따름이다. 20대 국회의 최대 임무는 촛불 민심의 제도화다. 제도화의 핵심이 개혁입법 처리인데 하나도 된 것이 없다.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태웠는데 이건 겨우 한 발 내딛은 것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대통령 탄핵에 성공했다고 기록에 남는다면, 후반기는 탄핵만 했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국회로 역사에 남을 거다.”
-총선이 채 1년이 남지 않아 국회 본연의 업무는 더욱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총선 국면이) 너무 일찍 왔다. 일할 시간이 없다. 일각에선 여소야대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YS(김영삼), DJ(김대중) 시절에는 야당이 긴 안목으로 (여당에) 협조를 하면서도 정권도 바꾸고 그랬다. 이유는 딱 하나, 국가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권만 생각했으면 벌써 망하고도 남았다. 개헌도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특정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야당이 집권하려면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남은 민생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망하는 길 뿐이다.”
-최근 여야 간 극한 대치 속에 ‘막말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생각이 깊은 지도자들이 있다면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을 막아야 한다. 오히려 독려하고 감싸서는 절대 안 된다. 정당이라면 규율과 기강이 있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이러다간 무슨 얘기까지 나올지 모르겠다.”
-어떤 막말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했나.
“5·18 망언이 결정적이었다. 역사가 심판했고 법률적으로 끝난 문제 아니냐. 이걸 폭도, 공산당 등으로 운운하기 시작하면 도대체 어떤 게 진실이고 역사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국회의 품격이 점차 사라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회는 원래 싸우는 곳이다. 단, 품격이 있어야 한다.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민주주의 자체는 다양성을 존중돼야 한다. 몸싸움이 아니라 말로 하는 논리의 싸움이다. 국회의 품격은 국회 스스로 만들어 가야 된다. 무한 정쟁이 아니라 민심을 향한 무한 경쟁체제로 국회가 바뀌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난파선에 올라타서 선장을 하려고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대한민국호(號)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향후 국회 정상화에 대한 구상은.
“각 당 대표와 초월회, 원내대표 정례회동, 중진들과 이금회, 각 상임위원회별 오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권한이 있으면 당장 행사하고 밀어붙일 텐데 국회법 등 이것저것 뒤져봐도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최선을 다 했지만 도리가 (합의를) 안 한다는 데 도리가 있나. 그렇지만 (국회 정상화가) 안 된다고 안 할 순 없다. 다시 시작하겠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인데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은.
“있는 힘을 다했으나, 1년을 되돌아보면 자책감이 크다.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아도 노력을 했다는 평가만 받아도 보람은 있을 거다. 남은 1년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한·일 의원연맹 회장 △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 일본 특사 △14·16∼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문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무한 정쟁이 아니라 민심을 향한 무한 경쟁체제로 국회가 바뀌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공식방문 일정 중 3박 4일은 러시아에서, 5박 6일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서 보내며 대통령·총리 등 각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는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 중인데 국내 상황은 답답할 따름”이라며 “국회의 품격은 국회 스스로 만들어 가야 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다음 달이면 국회의장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지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있는 힘을 다했으나, 자책감이 크다”면서도 “남은 1년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파하며, 각국 의회에 ‘문희상 이니셔티브’ 알렸다.
지난 2월 미국, 지난달 중국을 각각 방문했던 문 의장은 우리나라 국회의장 최초로 러시아 상원 의회 본회의 연설에도 나섰다.
문 의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한·러 공동의 노력을 재확인하고, 러시아에 ‘촉진자’ 역할을 요청했다”면서 러시아의 남북 대화 지지와 남·북·러 3각 협력 활성화를 강조했다.
발트 3국 방문에서는 국가별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맞춤형 의회외교’를 펼쳤다. 국회의장의 발트 3국 방문은 2011년 박희태 의장 이후 8년 만이다.
문 의장은 “발트 3국 모두 한국과의 적극적인 협력관계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발트 3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보고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러시아 방문 의미와 성과는.
“이제는 G2(미국·중국)에 줄을 서서 안보·경제를 보장받는 시절은 지났다고 본다. 자긍의 외교를 시작할 시점이 왔다.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지켰다는 데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내년에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교역 300억 달러, 인적 교류 100만명 시대를 열어야 한다. 또한 남·북·러 3각 협력을 본격화하는 데 있어 양국 국회가 역할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러시아에 이어 박희태 의장 이후 8년 만의 발트 3국 방문이 눈에 띈다.
“외교부의 추천을 받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무진들이 아니냐. 대통령이나 총리, 국회의장은 실무 연결을 위한 방문이다. 외교 당국이 잘 챙기지 못하는 나라를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발트 3국은 외세에 의한 침략의 역사가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외유성 논란 등 의원외교를 바라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외교를 중시하는 이유와 향후 발전 방안은.
“그동안 일부 사례들 때문에 의원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내가 (국회의장) 취임 후에 모든 예산을 축소했다.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출장 전·후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가별, 지역별 ‘의회외교포럼’을 출범시켜 다선의 중진의원들에게 12개 주요 국가를 맡겼다. 일본은 아직 안 갔지만 미국·중국에 이어 이번 러시아에도 중진의원들을 데려간 것도 이 때문이다.”
-순방 중에도 국회가 계속 공전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해외에 나와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 중인데 국내 상황이 답답할 따름이다. 20대 국회의 최대 임무는 촛불 민심의 제도화다. 제도화의 핵심이 개혁입법 처리인데 하나도 된 것이 없다.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태웠는데 이건 겨우 한 발 내딛은 것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얘기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대통령 탄핵에 성공했다고 기록에 남는다면, 후반기는 탄핵만 했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국회로 역사에 남을 거다.”
-총선이 채 1년이 남지 않아 국회 본연의 업무는 더욱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총선 국면이) 너무 일찍 왔다. 일할 시간이 없다. 일각에선 여소야대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YS(김영삼), DJ(김대중) 시절에는 야당이 긴 안목으로 (여당에) 협조를 하면서도 정권도 바꾸고 그랬다. 이유는 딱 하나, 국가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권만 생각했으면 벌써 망하고도 남았다. 개헌도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특정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야당이 집권하려면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남은 민생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망하는 길 뿐이다.”
-최근 여야 간 극한 대치 속에 ‘막말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생각이 깊은 지도자들이 있다면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을 막아야 한다. 오히려 독려하고 감싸서는 절대 안 된다. 정당이라면 규율과 기강이 있어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이러다간 무슨 얘기까지 나올지 모르겠다.”
-어떤 막말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했나.
“5·18 망언이 결정적이었다. 역사가 심판했고 법률적으로 끝난 문제 아니냐. 이걸 폭도, 공산당 등으로 운운하기 시작하면 도대체 어떤 게 진실이고 역사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국회의 품격이 점차 사라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회는 원래 싸우는 곳이다. 단, 품격이 있어야 한다.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민주주의 자체는 다양성을 존중돼야 한다. 몸싸움이 아니라 말로 하는 논리의 싸움이다. 국회의 품격은 국회 스스로 만들어 가야 된다. 무한 정쟁이 아니라 민심을 향한 무한 경쟁체제로 국회가 바뀌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난파선에 올라타서 선장을 하려고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대한민국호(號)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향후 국회 정상화에 대한 구상은.
“각 당 대표와 초월회, 원내대표 정례회동, 중진들과 이금회, 각 상임위원회별 오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권한이 있으면 당장 행사하고 밀어붙일 텐데 국회법 등 이것저것 뒤져봐도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최선을 다 했지만 도리가 (합의를) 안 한다는 데 도리가 있나. 그렇지만 (국회 정상화가) 안 된다고 안 할 순 없다. 다시 시작하겠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인데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은.
“있는 힘을 다했으나, 1년을 되돌아보면 자책감이 크다.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아도 노력을 했다는 평가만 받아도 보람은 있을 거다. 남은 1년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생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청와대 정무수석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한·일 의원연맹 회장 △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 일본 특사 △14·16∼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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