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대부분 사람들은 한 번쯤 읽었을 작가 윤오영의 수필집 <방망이 깎던 노인>의 일부다. 지난 7일 찾은 경기 일산의 셀프 자동차 관리 공간 '불스원 프라자'에서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자신의 차를 닦고 광을 내며 관리하고 있었다. 주유 후 무료로 세차를 해주는 '자동'에 익숙해진 터라 다소 생경한 풍경이었다. 특히 하나하나 자신의 차 곳곳을 정성 들여 닦고 또 닦는 사람들은 마치 도를 닦는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망이 깎던 노인이 떠오른 이유다.
이날 불스원 프라자를 찾은 이유는 최근 자동차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셀프세차가 인기라는 말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차를 정성들여 관리하면 안전하게 오래 탈 수 있다는 것은 이해했지만,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의문이었다. 하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의 작가가 그 마음을 헤아리고 뉘우쳤듯, 직접 체험해보니 셀프 세차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직원의 "충분히 가능합니다"라는 지체 없는 대답에 직접 도전해 보기로 했다. 물론 오래된 연식도 연식이지만, 평소 관리를 잘하지 않은 상태여서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천해주는 대로 타이어 코트, 유리막 코팅제, 휠 크리너, 유리 크리너 등을 챙겼다. 불스원의 프리미엄 라인인 '크리스탈' 브랜드로 했다.
세차에 앞서 일단 곳곳의 묵은 때를 제거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했다. 자동차 휠의 녹성분을 제거해주는 '크리스탈 휠크리너'와 차량 위의 죽은 벌레 등 딱딱한 이물질을 녹여주는 '퍼스트클래스 버그클리너'를 뿌려뒀다. 10분여 기다리는 동안 보닛을 열어 표면 온도도 낮춰줬다. 엔진 열로 인해 '워터스팟'이라고 불리는 물 얼룩이 도장면에 생기는 것을 방지해줄 수 있다고 한다.
불스원 관계자는 "고압 세차 시에는 차체의 위에서 바퀴 방향으로 천천히 분사해 먼지나 오물이 최대한 씻겨 내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먼지가 남아 있을 경우 세차 과정에서 도장면에 미세 흠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차를 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던 작은 스크래치나 기름 자국 등은 도장면 관리 용품 '크리스탈 올인원 퍼펙트 샤인'을 사용하니 금세 사라졌다. 컴파운드, 광택제 등을 별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올인원' 제품이다. 차량 전체에 극세사 타월로 도포하자 마치 세차처럼 광이 났다. 깊은 스크래치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세차의 마지막은 타이어라고 했다. 그 사람의 청결함을 보려면 구두 뒤쪽을 확인하라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였다. 불스원이 추천한 스프레이형 '크리스탈 타이어코트'를 타이어 고무 부분에 뿌리자 광택 코팅막이 생겼다. 확실히 차의 전체적인 깔끔함을 끌어올려줬다.
10년 넘게 함께 한 차였지만 이날처럼 두 시간여 시간을 스킨십을 한 적은 없었다. 새삼 큰 사고 없이 함께 보낸 차를 무신경하게 관리했다는 게 미안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처음 만났을 때의 '외모'로 돌아오자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이라면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다음날 몸살이 났다는 것이다.
곧 다가올 휴가철 체력만 충분하다면 세차장에서의 스트레스 해소를 추천한다. 영화처럼 연인과 함께 물장난을 치며, 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지정된 세차장 이외의 지역에서 개인적으로 하는 것은 환경오염 문제로 불법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약 5300㎡ 규모의 불스원 프라자는 '셀프 세차시설 15곳', '드라잉존 40곳'을 전면 배치해 40대 이상의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이외 차량 디테일링 및 튜닝은 6~10곳, 장기 작업차량 3곳이 운영된다.
*세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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