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1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돼 정부의 적자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18일 제8차 회의를 열고 3개 누진제 개편 대안 중 1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제시했다.
앞서 TF는 지난 3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에서 △작년 임시할인처럼 현행 3단계 누진제 구조를 유지하되 구간을 늘리는 방안(1안) △3단계 누진제를 여름철에 2단계로 줄이는 방안(2안) △누진제를 폐지하는 1단계 단일안(3안)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확장안은 7∼8월 1구간 상한이 300kWh로 올라가면서 사용량 300kWh까지는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 상한은 450kWh로 올리면서 사용량 301∼450kWh에 187.9원을 부과한다. 450kWh를 초과해야 3구간 요금 280.6원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450kWh 이하 구간의 대다수 사용자에게 작년과 동일한 혜택이 제공된다. 450kWh 이상 사용 가구도 1, 2 구간을 거쳐서 사용량이 늘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TF는 "1안은 냉방기기 사용으로 여름철 전력사용이 급증하는 소비패턴에 맞춰 가능한 한 많은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점과 여름철 전력 수급관리 차원에서 현행 누진제 기본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누진제를 아예 폐지하는 3안은 전기를 쓴 만큼 요금을 낸다는 점에도 불구, 전력사용량이 적은 가구(1400만)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되레 전력 사용량이 많은 가구(800만)의 요금만 인하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추가 수용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한전은 TF 최종 권고안을 검토해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 신청을 하게 되며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인가를 통해 내달부터 새로운 요금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진제 개편으로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 반갑지만 한전은 속이 쓰리다.
지난해 2000억원 대의 영업적자를 기록,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6299억원이라는 최악의 영업 성적표를 받아든 한전이 누진제 개편으로 최대 3000억원가량의 전력판매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111년 만의 폭염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된 누진구간 확대에 따라 3611억원을 부담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가 지원을 약속했지만 예비비로 357억원만 충당해줬다. 정부에서 예산을 신청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도 정부가 지원을 얘기하지만 국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할인 재원을 어떻게 하느냐가 한전에는 가장 큰 문제"라며 "작년 적자에다 1분기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고 이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은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일정부분 부담하고 정부도 소요재원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구체적 규모나 방식은 정부 예산 편성 및 국회 심의를 거쳐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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