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는 미국 부동산시장 붕괴와 그 결과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비관적인 전망 탓에 '닥터 둠(Dr. Doom)'이라고 불린다.
루비니는 2일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내년에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금은 세계 경제에 무서운 시간"이라며 경기후퇴 충격이 내년에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는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 여지가 크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의 기준금리는 각각 제로(0),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는 높은 수준의 부채 역시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루비니는 낙관론이 모든 다른 침체 때처럼 무너져 내리기 쉽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붕괴하며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초저금리 기조와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대응했다.
루비니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탈세계화로 인해 세계 각국이 미국이나 중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 공동전선을 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이혼'은 미국과 소련의 이혼만큼이나 험악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는 또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유가 쇼크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 속에 물가가 치솟는 현상이다.
이날 대만에서 열린 블록체인 관련 행사에 참석한 루비니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론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엄청난 가격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가장 과장이 심한 기술"이라며 '스프레드시트'보다 나을 게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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