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시즌은 '삼성전자 쇼크'로 막을 열었다.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를 틀어쥐려는 일본까지 악재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나머지 상장사에 대한 눈높이 역시 낮추라고 조언한다.
◆상장법인 영업익 예상치 34% 뚝
7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상장법인(247곳)이 2분기 벌어들인 영업이익 예상치는 31조4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47조7300억원보다 34%가량 적다.
빅2 상장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힘을 못 썼다. 삼성전자는 그나마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덕분에 '반토막 영업이익' 수준에서 2분기를 마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로부터 보상금(8000~9000억원)을 못 받았다면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을 거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6조5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56%가량 감소했다. 더욱이 보상금을 빼면 6조원에 못 미쳤을 수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6조원을 밑돈 적은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없었다.
하이닉스도 기대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년 전보다 86%가량 적은 7911억원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반도체 수요 역시 위축시켰고, 메모리 가격은 내림세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겨우 가전과 디스플레이에서만 선방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흑자로 돌아섰고, 관련 영업이익은 5000억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을 늘린 덕분이다. 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5500억원 내외로 추산됐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일회성 이익(보상금)을 빼면 1분기(영업이익 6조2300억원)보다 나쁜 실적"이라며 "그나마 스마트폰은 3분기 '화웨이 이슈' 덕분에 매출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가격은 추가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수 있다"며 "반도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감산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줄어드는 반도체 '상저하고' 전망
반도체 업황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좋아질 거라는 전망도 줄었다.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 탓에 우리 반도체 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무역분쟁을 의식하느라 설비투자가 감소했고, 반도체 주문도 줄었다"며 "반도체 부문이 바닥을 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1~2분기가량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내리는 증권사는 아직 찾기 어렵다. 일찌감치 매를 맞아서다.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4만5650원으로 2018년 5월 실시한 액면분할 기준가(5만3000원)보다 14%가량 하락했다. 주가는 이달 들어서도 3% 가까이 내렸다.
긍정적인 의견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업계가 적극적으로 공급조절에 나서고 있다"며 "원가개선으로 영업이익 감소폭을 줄인다면 하반기 안에 업황 회복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을 과대평가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도리어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가격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