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일 양국이 WTO에서 격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WTO 무역 규칙에 '안보' 관련 예외 규정이 있는 만큼 WTO 이사회에서 다른 회원국의 이해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안보 보장을 목적으로 규제할 경우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항목을 반격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규제 대상으로 정한 품목 3종(반도체 소재인 포토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로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군사적 전용이 가능하다고 볼 때 한국 측이 무역 관리에 부적절한 사례를 보인 만큼 안보상 위험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WTO는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본부에서 이사회를 연 상태다. 한국 측이 규칙 위반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일본이 반격에 나서면 논의 자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협의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일단 일본 측은 이번 수출 규제가 금수 조치가 아닌 무역관리를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WTO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공정성이 필수적인 무역 분야에서 특정 국가를 차별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어 입장차가 여전하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양국 간에 성의 있는 협의를 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상태여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한 시점인 8월 말이 50여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한·일 간 협상단이 논의에 매듭을 짓지 못하면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백색국가는 일종의 안정 보장 우호국이다. 한국은 2004년 백색국가에 포함됐다.
이 목록에서 제외되면 일본 정부의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을 수출할 때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한국 반도체 사업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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