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중앙은행 독립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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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7-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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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가 시작한 이래 세 가지 위대한 발명품이 있었다. 불, 바퀴, 그리고 중앙은행이다."

1920년대 미국 유명 배우이자 풍자가 윌 로저스의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이 인용해 유명해졌다. 마지막 발명품을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앙은행의 위상과 역할이 독보적임을 부인하긴 어렵다.

중앙은행이 가진 힘은 '돈을 찍어내는' 권한에서 나온다. 이 권한은 너무나 막대한 나머지 중앙은행엔 극도의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한편으로 이 권한은 정치권에 무척 매혹적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에 위력을 행사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근엔 경기둔화와 포퓰리즘의 득세가 맞물리면서 중앙은행이 그야말로 수난시대를 맞았다. 이달 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력에 무라트 체틴카야 터키 중앙은행 총재가 물러났고, 지난해 12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갈등을 빚던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사임했다. 선진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때리기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대의 권력에 좌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건 낮추건 손해보는 편이 생기기 마련이다. 중앙은행은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경제 구석구석에 미칠 최종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결정이 정략에 흔들려 생기는 경제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미국 달러와 금융제도에 대한 신뢰는 연준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준의 신뢰가 훼손되면 미국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두고 말이 많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신호하자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인하가 연준의 독립적인 판단일지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참견이 연준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했다. 피치는 성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환경에서는 예측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터키에만 적용할 얘기는 아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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