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 배경막(백드롭)에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내걸려 '독립운동'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핵심 인사들은 줄곧 '제2의 독립운동', '군국주의 부활' 등 격앙된 표현으로 비장함을 드러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일본 정부가 결국 선을 넘었다"며 "한·일 관계는 이제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경제공격을 가했다"며 "미국의 중재도 일부러 외면하고 경제보복으로 직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조치에 세계 경제와 동북아 안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일본이 정녕 이런 전개를 원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 총리는 "적어도 네 가지를 달성해야 한다"며 △소재·부품의 대일본 의존 탈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적 분업 체계 △제조업을 새롭게 일으키는 것 △청장년의 일자리 확장 등 중·장기 과제의 대응책을 언급했다.
특히 이인영 원내대표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것과 연계하며 "제2의 독립운동 정신으로 한·일 경제대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신흥무관학교가 인재를 기른 것처럼 기술독립에 주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새로운 군국주의의 부활인지 호랑이의 눈으로 지켜보고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비판수위를 높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실장은 "아베 정부는 한국의 미래를 위협했다. 단기적으로 피해가 없지 않겠으나 장기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 전체의 활력을 위해 보다 광범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은 협의를 통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를 발족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일본의 보복조치를 계획하고 있는 산업 분야의 핵심 소재 부품 장비 품목에 대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과감히 늘리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회의 후 별도의 브리핑을 통해 "소재와 부품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산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정책위의장은 "오늘 논의는 외교현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경쟁력 강화 대책에 대한 내일 정부 방침 발표를 앞두고 종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정·청은 이와 별도로 이 대표의 제안에 따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좌장으로 최재성 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일일 점검 대책반을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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