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기 참사 피해자 위로를 위해 오하이오주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즉, 총기소유에 대한 규제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총기소유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수정하는 민주당의 급진적인 방안에는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를 강화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총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대국민 성명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총기가 아니라 정신질환과 증오"라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규제 요구에 퇴짜를 놓았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구사해온 '분열의 언어'가 총기 참사와 같은 증오 범죄를 조장했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나에 대한 비판자들은 정치적인 인사들"이라며 민주당 대선주자들 또는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공격'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 사람들은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며 "나는 그들이 정치적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턴 총격범이 민주당 지지자였음을 시사하면서 정치적 성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 방문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항의 시위하는 시민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전 11시께 데이턴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총격 사건의 생존자들이 입원한 마이애미밸리 병원을 찾았다. 데이턴에서는 9명이 숨졌다.
그러나 참사에 충격을 입은 주민들을 달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도착 직후부터 시위대와 맞닥뜨리는 등 곳곳에서 '성난 민심'을 확인하는 과정 속에 진행됐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을 찾던 순간 건물 밖에는 200명이 넘는 시민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뭐라도 해보라'(Do something), '생각과 기도가 아닌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존재는 단지 우리의 트라우마만 악화시킨다' 등이 쓰여진 피켓을 들고 항의의 메시지를 던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오물 청소를 하겠다'(drain the swamp·워싱턴 정가의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뜻)는 공약을 비튼 '당신의 오물을 청소하라'는 문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회복 중인 도시를 위로하기 위한 첫 방문지인 데이턴에서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출발과 도착 당시 공항에 짧게 모습을 드러낸 것 외에는 공개 발언하거나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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