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개최된 고려대와 서울대의 촛불집회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거세게 타오를 것 같던 대학가의 ‘조국 반대’ 촛불집회 열기가 기로에 서게 됐다.
23일이 첫 촛불집회였던 만큼 후속 집회가 연이어 개최된다면 다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대로 사그러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 고려대 본관 광장에서는 500여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인 가운데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안전을 고려해 촛불 대신 휴대전화 플래쉬를 이용한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조 후보자 딸의 입시부정 여부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고려대 촛불집회가 끝나갈 쯤인 이날(23일) 오후 8시30분 부터는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서울대 재학생이 주최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300여명(주최측 추산 5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조국이 부끄럽다”라는 손팻말을 흔들며 조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두 대학의 집회 주최자들은 ‘정치색을 배제한다’며 철저하게 학내집회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주최자들의 의도나 사전천명과 달리 ‘외부세력’의 개입이 확인되면서 적잖은 뒷말을 남겼다.
고려대의 경우 강경우익 인사인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기사가 진행하는 유뷰브 프로그램이 집회현장 부근에서 방송됐고, 서울대 집회에는 ‘지역주민’이라고 밝힌 외부인들이 다수 참석한 것이 목격됐다.
이와 같은 외부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숫자나 열기 등의 면에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려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현직 변호사(55, 사법연수원 21기)는 자신의 SNS에 “분노의 함성도 촛불의 열기도 없었다”면서 “정유라때 이대생들이 보여준 것의 1/20 정도(였다)”라고 혹평했다.
그는 “고대가 문재인 정권의 불의에 저항하는 선봉에 설 것이라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면서 “홍콩 민주화 시위 정도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대생들이 보여준 분노와 패기도 보여주지 못한 고대 후배들”이라고 평했다.
오히려 현직 정당관계자 등 이른바 ‘정치색을 띤 외부세력’의 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대와 부산대의 촛불집회 주최자가 ‘자유한국당 당직’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단국대에서는 ‘단국대생이 아닌 사람들이 단국대생을 가장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는 친박 단체로 알려진 ‘트**포럼’이 촛불집회를 주최했다는 의혹이 잇따르면서 정치적 배경과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부산대와 단국대는 고대와 서울대를 이어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었던 곳이어서 집회 확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집회에 10만명(집회 측 추산)이 운집했다는 점을 들어 '밑바닥 열기는 그대로'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한편 조국 후보자는 25일 오전 다시 입장문을 밝히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라고 밝힌 그는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고백한다”면서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라고 인정했다.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고 그런 잘못들을 “성찰하고 또 성찰하며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 듣겠다”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문재인 정부의 개혁임무 완수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조국 후보자 측은 오는 27일 국민청문회를 열겠다며 관련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야권이 제기한 의혹을 국민들에게 직접 해명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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