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갈수록 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홍콩 시위의 경우 잇따른 폭력 사태에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비판까지 거세지면서 중국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건국 70주년 기념 행사와 공산당의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중국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세 몽둥이로 중국의 발전 못 막아"
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정오를 기해 농산물과 원유 등 750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5~10%의 관세를 추가로 매긴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맞선 고육지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시간 112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한다. 의류·신발 등 소비재 3243개 품목이 포함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10월 1일부터는 기존에 관세를 부과 중인 2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30%로 5%포인트 상향 조정하고, 12월 15일부터는 156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셈이다.
미국의 후속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도 12월 15일부터 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각각 25%와 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9월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며 압박하자 중국 측은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관세 몽둥이로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의 전진하는 발걸음은 막을 수 없다"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미국의 어떤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써 자신감도 내비쳤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14억 인구와 세계 최대 규모의 중산층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이 어떻게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낸 미국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가 중국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사례를 거론했다.
다만 이번 추가 관세폭탄이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업 경기가 넉달째 위축세를 이어가고, 위안화 가치 하락폭이 2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울리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미국 역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추세라 일단 이달로 예정된 무역협상은 재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취재진에게 "우리는 중국과 대화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9월에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추측한다. 취소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중국 상무부도 "9월 중 중국 대표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협상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 입장차가 여전해 별다른 성과 없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홍콩 사태, 무역협상 카드로 이용 말라"
홍콩 시위 사태도 다시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홍콩 경찰의 불허에도 강행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또 다시 실탄 경고 사격이 이뤄졌다.
경찰과 시위대가 상대를 향해 각각 최루탄과 화염병을 투척하며 2주 연속으로 충돌했다.
홍콩 경찰은 "31일 밤 9시께 경찰 2명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공격을 받았고 이 와중에 시위대가 경찰관이 소지한 총을 빼앗으려 했다"며 "생명에 위협을 느낀 한 경찰관이 하늘을 향해 총을 두 발 발사해 자신과 동료를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시위대가 정부와 입법회 청사, 경찰 본부 등에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 내부 시설을 파괴하는 등 폭력 행위가 지속됐다"며 "홍콩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경찰도 위법 행위를 엄중히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 현장에 미국 성조기와 영국 국기는 물론 태극기까지 등장할 정도로 서방 세계를 향한 시위대의 지원 요청 메시지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중국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홍콩 시위 사태를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관영 CCTV는 논평을 통해 "미국은 항상 무역협상이 순조로울 때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갈등이 심화하면 홍콩 문제를 무역협상과 연계하려 한다"며 "홍콩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 협상 조건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논평은 "지난달 30일 무역협상과 홍콩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 미국 정치인들은 불과 한 달 전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며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며 중국 중앙정부는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외부의 어떤 세력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수뇌부는 오는 10월 1일 국경절(건국 기념일) 전까지 내우외환이 잦아들기를 바라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은 국경절에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개최하는 등 높아진 국력과 위상을 과시할 계획이지만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 사태가 지속될 경우 취지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 국경절 전까지 어떻게든 해법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중 열릴 무역협상을 통해 미·중 갈등 수위를 다소 낮추고, 홍콩에는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 동력을 약화시키는 등의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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