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호찌민경제포럼] ​한국 증권업계 베트남 시장서 활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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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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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증권업계가 베트남에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증권사에 기회의 땅이 된 지 꽤 오래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외국계 증권사들의 진출을 돕고 있다. 베트남 경제와 기업들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베트남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된다.

◆ 증권업계 잇달아 베트남 진출

17일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금융투자회사 16곳은 베트남에서 18개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2년 전(2017년)보다 38% 늘어난 규모다.

미래에셋대우는 2007년 12월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증권회사와 보험회사, 운용회사, 캐피탈을 포함해 베트남 현지에서 종합금융 그룹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본금 규모는 무려 5조455억동(약 2800억원)이 넘는다. 자기자본 기준 베트남 내 증권사 가운데 2위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호치민을 본사로 기반으로 하노이, 다낭 등에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약 250여 명이다.

올해 초에는 베트남 파생상품시장에도 진출해 관련 상품의 중개 서비스도 수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베트남 진출은 현재 진행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하노이 투자은행(IB)센터와 하이퐁 시내에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10년 베트남 70위권 증권사인 EPS증권을 인수한 뒤 사명을 키스베트남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10위 대형증권사로 키웠다.

호치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하노이 지점 1개를 포함해 호치민 영업소 등 총 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신용공여 한도가 기존의 2배 가까이 늘자 키스베트남은 주식중개영업을 확대했다.

또 기업공개(IPO)와 기업 인수합병(M&A) 등 IB사업을 더욱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하노이 증권거래소로부터 베트남 파생상품(선물) 라이선스를 외국계 증권사 중 최초로 획득했다. 

KB증권은 2017년 11월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마리타임증권을 인수해 지난해 1월 KBSV(KB Securities Vietnam)를 출범했다. 올해 1월에는 사이공지점 개설까지 완료했다.

현재 호치민 지역 2개 지점과 하노이 소재 2개 지점을 포함해 베트남에 총 4개 점포를 구축한 상태다. 또 지속적인 증자를 통해 올해 3월 말 기준 자본금 약 947억원을 갖췄다. 이는 베트남 현지 증권업계 자본금 기준 10위권 내외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현지 법인 NHSV를 출범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실적보다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자산을 늘리기 위해 영업조직과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고객과 자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4월 베트남 온라인 증권사인 HFT증권 지분 90%를 인수했다. 삼성증권은 호치민시티증권과 업무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최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이 2007년부터 베트남 법인인 유안타 세큐리티스 베트남 조인트 스탁을 설립한 바 있다. 

다음달에는 금융투자협회를 필두로 증권사 사장단 20명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하노이와 하이퐁을 방문해 베트남 정부와 민간 투자 파트너를 만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베트남 증권위원회(SCC)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라며 "이를 통해 양국간 금융투자업은 물론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발전을 위한 협업을 체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베트남 증시 상승 여력 20%

베트남 증시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 호찌민증권거래소의 VN지수는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892.54에서 993.57로 11% 넘게 뛰었다. 향후 전망은 더 밝다.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하반기 VN지수 최상단은 1200선이다. 20%가량 더 뛸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밴드 하단도 900선을 넘었다.

베트남을 미·중 무역분쟁 수혜국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1~7월 중국 대미 수출 증가율은 -8.2%로 역성장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베트남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27.5%를 기록했다.

무역분쟁에 따른 미·중 교역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베트남의 대미 수출품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것은 중국에 지리적으로 근접한 베트남이 대안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 성장세도 투자심리를 살리고 있다. 베트남은 2014년 이후 꾸준히 6~7%대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총생산(GDP) 6.76%를 기록하면서 정부 목표치인 6.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 기준에 의거한 GDP 산정 방식을 적용하면 민간부문의 성장 데이터가 반영되면서 성장률이 더 상향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GDP 성장율이 지난해 7.08%를 웃돌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제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가공 분야 성장률이 11.37%를 기록하며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건설 분야, 소매업 성장률은 각각 9.36%, 8.31%로 뒤를 이었다. 특히 분기 대미수출 규모가 여전히 소비재(섬유, 핸드폰, 가전) 품목 중심으로 20%대 성장세를 보였다.

베트남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달 13일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기준금리를 4.25%에서 4.00%로 25bp 인하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연내 동결이 예상됐던 시장 전망치를 벗어난 파격적인 정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물론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이창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환경 속에도 베트남 기업의 실적 성장은 예상보다 견고하다"며 "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3가지 위험 요소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도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가능성과 우회 수출,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둔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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