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5일 밤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스틸웰 차관보의 한국 방문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두 번째다. 그는 취임 직후 아시아 순방 계기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 또한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일본과 미얀마, 말레이시아, 태국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방한 기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외교부 및 청와대의 고위당국자 등과 면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는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회동한 데다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 방한 기간 중 만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방한 기간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한·미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전략의 협력, 한국의 신남방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다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번 방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스틸웰 차관보가 한국의 당국자들과 만나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먼저 일본을 찾아 지난달 26일 현지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고 언급, 한국 측에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일 동아시아 정상회의 계기에 태국 방콕에서 윤 차관보와 회동, 한·미·일 간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윤 차관보가 스틸웰 차관보와의 면담 자리에서 한·일 갈등 개선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재차 요청한 만큼 스틸웰 차관보가 이번 방한 중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최근 미국 내 여러 인사들 또한 한국을 향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등 한·일 갈등의 장기화가 한·미·일 연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에 기뻐할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지난 7월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가 독도 주변을 비행한 것에 대해서도 "시점이 우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조지프 영 주일 미국임시대리대사 역시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미국의 국익에 악영향을 준다고 한국정부에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고 거론했다.
이에 한국은 일본이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행한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먼저 철회해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징용판결을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 한국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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