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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서 ‘장애인 지원주택’ 첫 입주..."차별적 용어 개선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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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19-12-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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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23년간 복지시설서 생활한 발달장애인 32명 보금자리

  • 서울시, 오는 2023년까지 매년 70가구씩 총 278가구 공급 예정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영화도 보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어요."

평균 23년간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던 발달장애인 32명이 서울시 공공지원주택으로 이사했다. 이 주택에는 음성인식 가스차단기 등 입주민 편의를 배려한 설계가 적용됐다. 가사 또는 은행 업무, 취업 등을 도와줄 별도의 인력도 상주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안정적인 독립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차별적 용어를 개선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2일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장애인 지원주택'에 입주한 김현수 씨가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사진 = 김재환 기자]


2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마련된 ‘장애인 지원주택’에 방문했다.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에 각종 주거서비스가 적용된 집이다.

이날부터 이곳에 살 입주민은 그동안 복지시설에 생활하던 발달장애인 10명이다. 이 외에 구로구 오류동(5가구·10명)과 양천구 신정·신월동(8가구·12명)에서도 같은 날 입주민을 맞았다.

평균 23년 동안 복지시설에서 살던 이들은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하는 첫 사례다. 서울시는 앞으로 매년 70가구씩 2022년까지 총 278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집 내부를 보면 문턱 없이 경사진 현관에 이어 각종 안전 손잡이가 달린 욕실과 거실이 눈에 띄었다. 자동 물 내림 비데와 미끄럼 방지 타일, 휠체어에 맞춘 문 폭 확장설계 등도 적용됐다.

또 손이 닿지 닿는 조명 스위치를 제어할 수 있는 리모콘과 음성인식 가스차단기, 휠체어에 벽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벽에 덧댄 ‘킥플레이트’도 있었다.

각 지원주택에는 입주민 생활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인 ‘주거 코디네이터’가 4명씩 상주한다. 이들은 세탁이나 설거지, 취업과 같은 업무를 도와줄 예정이다.

인터뷰에 응한 이규석(56) 씨와 김현수(43) 씨는 연거푸 기분이 좋다고 얘기하며 미소지었다. 단체생활에서 벗어나 혼자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자립하니까 어떠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규석 씨는 ”(자립하니까) 기분이 좋아요. 집이 너무 좋아요“라거나 ”여기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영화를 보고 싶어요“등으로 답했다.

김현수 씨는 ”여기 오기 전에 (시설에서) 세 명이 같이 살았는데 이제 단체생활이 아니에요“며 ”정해진 일과 말고 사람들하고 지내면서 자유롭게 놀고 싶어요. IT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임대료는 장안동 전용면적 56㎡ 기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책정됐다. 입주민은 계약 기간 2년 단위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는 1인당 정착금 1200만원과 함께 생계·주거급여 등 매달 90만~100만원가량의 공적 부조금이 지급되므로 임대료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안동 지원주택에 입주한 이규석 씨가 조명 리모컨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 김재환 기자]


다만 전문가들은 ‘막히고(장) 거리끼는(애) 사람(인)‘이라는 뜻으로 다소 차별적 함의를 가진 ‘장애인 지원주택’ 대신 다른 용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상 늙은 사람이라는 뜻의 ‘노인‘ 대신 ’어르신’을 사용하는 것처럼,  행정 용어를 순화하는 등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장애인 지원주택‘의 경우도 ’지원주택‘이 법률상 용어이므로 앞에 올 단어를 굳이 장애인으로 붙여 행정 용어를 만들 필요는 없었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법률적으로는 어쩔 수 없겠지만 굳이 좋은 취지의 정책에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각종 도움을 주는 주거 서비스 자체가 신체적·정신적 제약 해소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애인을 지칭하는 여러 대체어를 가진 영어에 비해 우리말에는 한계가 있다. 장애인을 대체할 용어에 대한 학술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영미권 언론이나 행정부는 Disability(장애) 대신 ‘The Differently Abled(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 또는 ‘physically challenged(신체적으로 도전적인)’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관계자는 ”타당한 지적이기 때문에 지적한 대로 (용어를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는 법에 근거한 것“이라면서도 “법이 트렌트를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어서 향후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안동 장애인 지원주택에 들어가는 입구. 휠체어 이동을 고려해 경사진 현관으로 설계됐다.[사진 = 김재환 기자]

장안동 장애인 지원주택 화장실 내부 전경. 휠체어 이동을 고려한 슬라이딩 도어와 안전손잡이가 설치돼 있다.[사진 =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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