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프롭테크 분야 기업 대표로서 정부의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데이터화 및 시장 투명화를 위한 기본 재료가 될 '부동산 전자계약' 활성화율이 여전히 저조하고 디지털 규약이 표준화되지 않은 등의 문제가 있어서다.
◆부동산114, 시장 참여자의 현명한 선택을 돕는 '빅데이터 조사연구기관'
이 대표는 17일 "외형을 확장하는 비즈니스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사연구기관이 되고자 한다"며 "프롭테크는 아직도 미개척지가 많이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정확하게 시장을 진단하기 위한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빌딩과 상가를 취급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같은 미개척지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과 달리 상업용은 여전히 디지털화가 상당히 안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태동기인 빅데이터 시장은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는 현재 400곳이 넘는 기업과 정부기관에 자체 개발한 'REPS(Real Estate Power Solution)'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주택가격 동향조사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공급량과 정비사업 일정, 전입·전출 인구 등 방대한 데이터가 담겨 있다.
이 기술은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시행사와 건설사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은행과 증권사, 정부기관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부동산114는 앞으로 이 REPS 플랫폼 기술을 더 고도화하고 건설부동산 외에 다양한 분야의 시장 참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부동산114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건설사의 경우 개발사업하는 용도로 쓰고, 금융사나 정부기관은 부동산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용도로 쓰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마다 필요한 정보가 다르기에 REPS 솔루션을 기업별로 커스터마이징(고객 맞춤형 서비스)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그리고 건설부동산 외에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데이터 서비스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스터마이징은 기업마다 필요한 데이터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목표다. 현재는 별도의 요청에 따라 REPS에 없는 자료도 생산해서 제공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는 주택시장 동향조사 정확성도 더 높인다. 부동산114는 올해 빅데이터 연구소를 신설하고 자료 관리·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이나 민간이 생산하고 있는 월간·주간 시세자료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한계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빅데이터 연구소는 단지 선호도처럼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에 필요한 사람의 보정작업을 자동화하고 시세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114의 특장점은 20년 업력을 바탕으로 장기 시계열 통계와 시세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향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현재 확보한 여러 종류의 자료를 AI(인공지능) 딥러닝 등의 기술로 자동화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부동산114 서비스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매물·시세 정보뿐만 아니라 분양일정과 상권분석 자료, 수요자 특성에 맞춘 매물의뢰 등이 가능하다.
모바일 앱 중에서 '부동산GO'는 증강현실(AR)과 스마트폰 위치정보, 카메라를 이용해 길거리 건물과 토지, 입주사 정보, 용도지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프롭테크 산업은 이제 태동기··· 정부 관심이 절실하다
프롭테크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전자계약'이나 '디지털 규약 표준화'와 같은 분야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부동산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각종 빅데이터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자계약 시스템 활용률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프롭테크는 온라인 또는 모바일상 이용자들을 위한 UI/UX 개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프롭테크 발전이 거의 시도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의 과제는 부동산 자산관리와 운영 전반에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연구돼야 프롭테크 산업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 정보의 투명성 확립이 요구되는데, 시장 참여자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자계약이 쓰인 부동산 거래는 전체 거래 813만7103건 중 5만7210건(0.7%)에 불과하다.
전자계약이 활성화되지 않은 원인은 계약 지위상 우위에 있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에 대한 유인책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의무가 아닌 이상 굳이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매수자나 전·월세 계약자는 종이로 계약할 때보다 등기수수료를 30% 감면받고, 전세자금 대출 이용 시 금리 1% 포인트 인하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수수료가 기재되므로 세원이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매매자의 경우 부동산 거래정보가 투명하게 노출된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이 대표는 "전자계약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프롭테크 산업의 성장 발판이 될 소스인데도 정부가 이를 확대 보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정부가 한 발 앞서준다면 기업들이 프롭테크에 참여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시민으로서 공익적인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런 차원에서 부동산114는 최근 교육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인중개사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종로학원하늘교육 및 KT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이 협약들은 상업적인 목적보다 데이터를 개방하는 차원에서 상업목적 외에 진행하는 사업들"이라며 "저희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는 데이터를 개방하고 융합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수요자였던 개발업 종사자에서 공급자로
한편,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27일 부동산114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이전에는 HDC현대산업개발 사업담당 중역과 호텔아이파크 총괄중역 및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그동안 호텔과 아파트 개발사업 등을 담당하면서 빅데이터 서비스를 받아봤던 입장이었던 만큼 어떤 정보가 유용한 서비스인지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국내에 유일한 민간 부동산빅데이터 연구기관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장을 선점한 입지로 타분야 빅데이터 보유 기업 및 기관들과의 연결 고리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빅데이터 간 융합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경쟁력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취임 3년차를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주거시장 서비스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다지는 동시에 건설·부동산 중심의 마켓을 금융 및 공공부문으로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금융분야에서 자산평가 모델과 거시경제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지표로서 활용까지 발전시키는 발판을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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