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채는 ‘생계곤란 군면제’ 재산산정 기준에 반영 불가"

생계곤란을 이유로 입대면제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산정할 때 부채 액수를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부(이재영·이승철·김제욱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생계 곤란에 따라 병역을 감면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내가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병역감면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병역법 시행령은 현역병 입영 대상자 중에서 가족의 부양 능력과 재산 등을 따져 병무청장이 전시근로역에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A씨가 소송을 낸 2018년의 병무청 처리기준에 따르면, 입영 대상자를 제외하면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경우 가족 재산이 9690만원 이하일 때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다.

당시 A씨 가족의 재산은 이 기준을 초과했다. 그러나 A씨는 2억원대 주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1억4000여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며, 가족 재산에서 이 부채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무청과 1·2심 법원은 모두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무적으로 대출금은 사용처 확인이 곤란해 병역 면탈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채를 재산에서 공제하지 않고 있다”며 “행정력의 한계나 제도 악용 우려 등을 고려해 재산산정방식을 정한 것이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병역법 시행령은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생계가 곤란한 사람’이라면 지방병무청장의 재량에 따라 병역을 감면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A씨는 이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편입된 이후 6년간 자기계발 등을 이유로 연기하다가 상근예비역 소집 대상자가 되자 비로소 감면을 신청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입영을 연기해 병역을 유예받는 동안 경력을 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입영 후 가족의 생활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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