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퍼포먼스 vs 기술혁신 도전" 中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

  • 베이징 이좡 인간·로봇 '하프마라톤 대회' 르포

  • '국가대표팀' 톈궁 2시간 40분 만에 완주

  • 엎어지고 주저앉고 ···로봇의 '인간미'

  • 휴머노이드 로봇 '지구력 테스트' 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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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 코스를 완주하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 울트라' [사진=신화통신]

“라이러라이러(來了來了, 온다 온다)."
"자유, 지치런(加油 機器人, 힘내라 로봇)."

결승선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주황색 조끼를 걸친 '톈궁 울트라' 로봇이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뛰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여기저기서 관객들이 외쳤다. 마침내 톈궁이 2시간40분42초 만에 결승선 테이프를 끊자, 현장에서는 전 세계 최초로 21.0975㎞ 길이의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한 로봇을 향한 환호성과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국가대표팀' 톈궁 2시간40분 만에 하프마라톤 완주

19일 아침 중국 베이징시 경제기술개발구 이좡에서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전 세계 최초로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으로 함께 뛰는 마라톤 대회였던 만큼 개최 전부터 관심이 컸다.

이번 대회에는 샤오미·유비텍(優必選, 유비쉬안) 등 유명 하이테크 기업이 베이징시 정부와 함께 투자해 설립한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 혁신센터의 톈궁 울트라를 비롯해 올 설 연휴 중국 국영중앙(CCTV) 방송에서 '칼 군무' 로봇으로 화제가 된 유니트리(宇樹科技, 위수커지) 로봇 'G1', 칭화대 학생팀의 로봇 '콰푸' 등 21개 팀이 참가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시작된 마라톤 경기에서 로봇들은 '인간 선수' 9000여명과 가드레일을 사이에 두고 바로 옆 라인에서 1~2분 가격으로 한 대씩 차례로 달리기 시작했다. 평평한 아스팔트 도로부터 완만한 경사로, 좌우로 도는 커브길과 자갈돌밭, 풀밭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달리도록 코스가 짜여졌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21㎞를 달리는 것은 마치 25만번의 관절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 하프마라톤 대회의 난이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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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중국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 코스를 완주하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 울트라' [영상=배인선 기자]

아침 7시 30분, 출발을 알리는 깃발의 올림 신호와 함께 첫 주자로 나선 톈궁은 페이스메이커 엔지니어 등 지원팀 3명과 한 팀을 이루며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톈궁은 키 180㎝에 몸무게 52㎏의 검은색 로봇이다. 톈궁은 페이스메이커와 일정한 가격을 두고 평균 시속 7㎞의 주행 속도로 달려 나갔다.

경기 내내 선두자리를 이어가던 톈궁은 결승점을 약 5㎞ 남겨두고는 갑작스레 고꾸라져 바닥에 엎어진 모습이 TV 생중계 화면에 잡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탕젠 베이징 휴머노이드로봇 혁신센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가 고장 나 오작동으로 한번 넘어졌다. 배터리만 교체했지, 로봇은 교체하지 않았다”며 로봇 한 대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로봇 마라톤 규정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는 횟수 제한이 없지만 로봇 기계를 교체해 달릴 경우, 완주 기록에 10분을 추가하는 패널티를 받는다. 톈궁은 이번 하프마라톤을 뛰면서 총 3차례 배터리만 교체했다.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 코스 완주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톈궁 울트라팀 사진배인선 기자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 코스 완주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톈궁 울트라'팀. [사진=배인선 기자]

엎어지고 주저앉고···로봇에서 풍기는 '인간미'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쑹옌둥리의 로봇 N2가 기술지원팀과 함께 달리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쑹옌둥리의 로봇 'N2'가 기술지원팀과 함께 달리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톈궁의 이날 하프마라톤 기록은 2시간40분42초. 옆에서 함께 뛴 인간 마라톤 선수 1등 기록보다 1시간 반가량 더 늦게 결승점에 도착했다.

탕 CTO는 “서양의 그 어떤 로봇도 톈궁의 스포츠 능력을 뛰어넘긴 힘들 것”이라며 “지난 7~8개월간 인간 선수의 달리기 데이터를 강화학습한 톈궁은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겪으며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날 로봇 마라톤에서 톈궁보다 약 1시간 더 늦게 완주하며 2위를 차지한 베이징 소재 스타트업 쑹옌둥리(松延動力, 노에틱스)의 ‘N2’ 로봇은 키가 120㎝로 작지만 재빠르면서도 안정적인 발걸음과 자세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페이스메이커 없이 나 홀로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N2 로봇에 칭찬이 쏟아졌다.

쑹옌둥리 창업주 장저위안은 1998년생으로, 중국 명문 칭화대 전자공학과를 중퇴하고 2023년 9월 베이징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장 창업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마라톤 대회를 위해 한 달 정도 준비했다”며 “어른 대회에 참가하는 5살 어린이의 마음으로 참가했다. 2등 할 줄은 몰랐다”고 벅찬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였던 만큼 하프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한 로봇도 많았다. 키 72㎝의 귀여운 미니 로봇부터 180㎝의 장신 로봇까지 크고 작은 로봇들이 찰칵찰칵 소리를 내면서 아장아장 걸어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마치 걸음마를 떼는 아기를 보듯 관중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아직은 달리기에 서툰 로봇들의 ‘인간미’도 볼거리였다. 출발을 앞두고 갑자기 드러누웠던 로봇이 1분 만에 벌떡 일어나 달리면서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가 하면, 넘어지면서 머리 부분이 날아가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지만 지원팀이 조립한 후 다시 달리는 로봇도 있었다. 출발과 함께 급속도로 달려 나오다가 통제 불능으로 가드레일을 박고 넘어지거나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 바람에 실려 나가는 로봇도 있었다.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도중 가드레일과 부딪혀 넘어진 휴머노이드 로봇 영상배인선 기자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도중 가드레일과 부딪혀 넘어진 휴머노이드 로봇. [영상=배인선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지구력 테스트' 시험장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중국의 각종 휴머노이드 로봇들 사진로이터·EPA·타스통신·연합뉴스
19일 베이징 이좡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중국의 각종 휴머노이드 로봇들. [사진=로이터·EPA·타스통신·연합뉴스]

이번 휴머노이드 로봇 마라톤 대회가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휴머노이드 로봇의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마라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지구력 테스트로, 이를 통해 로봇의 달리는 속도보다는 관절의 조율, 센서 강도, 배터리 에너지 시스템 등을 시험해 볼 수 있다는 것. 이는 24시간 쉬지 않고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재난 지역의 폐허 속에서 쉼 없이 구조 작업을 수행하고, 노인과의 산책 등 가정에서 돌봄 역할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탕젠 CTO는 "진정한 산업화를 구현하려면 로봇이 큰 고장 없이 하루 24시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며 "(마라톤은) 우리 로봇이 이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시험대"라고 말했다. 슝유쥔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총경리는 "오늘은 톈궁 로봇의 동작 능력 중 아주 일부만 시연한 것으로, 앞으로 더 혁신적인 기술과 응용 시나리오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를 휴머노이드 산업 발전 원년으로 삼고 적극 육성에 나섰다. 리창 중국 총리도 올 초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언급했을 정도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AI와 로봇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미·중 양국의 차세대 격전 분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제1회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대회에서 발표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5~2035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씩 성장해, 2035년이면 3000억 위안(약 6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 전망 자료아주경제DB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 전망 [자료=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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