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옥선 "100만 中동포와 함께 혐오·배제 없는 공동체 구축 통해 노무현 정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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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정치팀 팀장
입력 2020-03-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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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옥선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 흙수저 집안서 태어난 경계인·이방인…中 교사·기자 거쳐 韓의회 도전

  • 제21대 민주당 비례대표 두 번째 도전장…총 48명 면접 통과자에 포함

  • "혐중 가장 큰 원인, 법·제도적 기반 미비"…인종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 "20여년간 민간외교사" 지역사회 네트워킹 강점…글로벌관광특구 공약

쉼 없이 달려왔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맞닥뜨린 '경계인의 삶'. 가난은 숙명처럼 따라왔다. 인생 고비마다 태생적 한계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성역도 건드렸다.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새가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 것처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에 도전장을 낸 박옥선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얘기다. 박 위원장은 지난 4일 발표한 민주당 비례대표 공모 후보자 면접 심사 통과자(48명)에 포함됐다. '다문화 분야'에 지원한 박 위원장의 도전은 계속된다.

박 위원장은 '영원한 친구 관계'인 한·중을 모두 경험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도 온몸으로 체험했다. 박 위원장의 부친은 한반도에서 태어나 7세에 만주로 이주했다. 일제강점기 만주로의 강제 이주, 일제 식민침탈과 전쟁, 분단 등은 박 위원장의 삶 자체였다. 20대 때 한국으로 온 박 위원장은 30여년간 혐오와 차별을 똑똑히 목도했다. 

"재한 조선족 중국동포 등 전체 재외동포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지난 6일 아주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박 위원장의 각오는 단단했다. 우리나라는 재외동포 대국이다. 재외동포만 약 750만명에 달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40만명가량이다. 이 중 중국동포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박 위원장이 정치권에 도전한 이유를 한 줄로 요약하면 '배제와 고립, 소외를 넘어 포용과 화합, 연대의 가치를 후세대에 물려주고 싶다'. 코로나19의 확산세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인을 혐오하는 이른바 '혐중 정서'다. 최근엔 일명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 발의도 논의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조선족 중국동포 등에 대한 혐오는 그들 자신이 가진 부정적 요소 때문이 아니다"라며 "재외동포를 포용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한 보수 정당의 적폐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옥선 같은 다문화 출신 비례대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라고 부연했다.

다문화 사회를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국공립 다문화·이중언어특성화 대안학교 설립 △차별없는 이주배경 청소년 교육지원 체계 수립 △글로벌관광특구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깜짝 놀랐다. 박 위원장 입에서 "글로벌 수준의 국제관광", "문화·쇼핑·대중·예술을 통한 한류 국제화" 등의 말도 거침없이 나왔다.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다'고 하자, "지역에서 이미 '민간외교관' 역할을 한 지 오래됐다"고 웃었다. 박 위원장은 20대 총선 때도 민주당 비례대표에 지원, 31번을 부여받았다. 현재 법무부 지정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인 '중국동포지원센터' 대표도 맡고 있다.

◆노무현에 이끌려 민주당 운명처럼 선택
 

박옥선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장은 지난 6일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제21대 국회에서 인종차별금지법 제정과 글로벌관광특구 추진을 통해 다문화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영상 스크린샷]


인터뷰 초반 문득 궁금했다. '왜 민주당일까.'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을 비례대표 15번에 배치했다. 보수 정당이 이자스민을 공천하자, 민주당 내부에선 "새누리당에 타이밍을 뺏겼다"라는 말도 나왔다.

이후 새누리당으로부터 냉대를 받은 이자스민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 비례대표 9번을 받았다. 박 위원장까지 민주당 비례대표 입성에 성공하면,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다문화 의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보수 정당이 아닌 민주당을 택한 이유에 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이라며 "참여정부 때 저출산·고령화의 대안으로 다문화 정책의 문을 열었다.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방문취업제 등 동포 포용정책은 중국동포의 숙원이었다. 이들의 숙원인 모국의 자유 왕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지금은 폐지됐지만, 법무부에 동포과를 설치한 것도 노 전 대통령 때의 일"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보수 정당인 통합당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에 가입할 당시 각 당의 당헌·당규를 봤는데, 민주당에만 재외동포 단어가 있더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 당헌·당규에 '아이 교육은 국가 책임'이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보수 정당은 '부모 책임'이라고 한정했더라"며 "이런 차이가 혐오와 차별을 만든다"고 전했다.

◆민주당 朴 선택 땐 26만명 표 모인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박 위원장은 "다문화 이주민 정책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과 '네트워킹'을 갖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장의 이력은 다채롭다. 중국에선 흑룡강성(헤이룽장성) 탕원동선학교 교사와 흑룡강신문사 통신기자 등으로 일했다. 한국에선 봉사단체 '한나협회' 설립을 주도했다. 사단법인 CK여성위원회도 만들었다. 구로구 중소기업 소상공인협의회 1기 회장도 역임했다. 4년 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도전한 이후 이듬해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에 참여했다.
 

박옥선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장은 "100만명의 한국 체류 중국동포를 하나로 묶을 힘이 있다"며 "특히 26만명의 중국동포 유권자를 민주당으로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영상 스크린샷]


박 위원장은 "교사 때부터 리더십이 넘쳐났다. 그런 자신감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힘"이라 웃어 보인 뒤 "그간 지역의 많은 다문화 이주민 지도자는 물론, 다수의 기관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민주당 지지기반을 튼튼히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00만명의 한국 체류 중국동포를 하나로 묶을 힘이 있다"며 "특히 26만명의 중국동포 유권자를 민주당으로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韓·中수교 28년째…"혐오·차별은 제자리"

1992년 첫 물꼬를 튼 한·중은 올해로 양국 수교 28년째를 맞는다. 한·중 수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 선언'의 연장선이다. 2년 앞서 단행된 한·소 수교도 한·중 수교의 디딤돌로 작용했다. 28년째를 맞는 한·중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인터뷰 도중, '한·중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관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시험대였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해 내내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전 세계에 'C 공포'를 안겨준 코로나19 사태는 혐중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박 위원장은 "그간 중국동포 등에 대한 차별을 단순히 '몰라서 차별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나도 차별과 혐오가 반복되더라. 이주민들이 노력해도 바뀌지 않았다"라며 "그때 생각했다. 법과 제도의 문제라고.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 같은 고민으로 불면의 밤을 수도 없이 보냈다"고 밝혔다.

'다문화정책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냐'라고 묻자, "'통합이민법의 제정'을 비롯해 이주민 통합과 지원을 위한 정부조직,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은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후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정책을 추진했지만, 250만명의 다문화 주민 중 결혼이민자는 10%가량에 그쳤다"며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 등 다양한 출신의 다문화 이주민을 통합 관리할 제도적 기반이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박옥선, 분열된 사회 통합할 적임자"

두 번째 국회의원 도전에 나선 박 위원장은 총선 공약에 심혈을 기울였다. 박 위원장은 '인권차별금지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차별과 혐오 없는 대한민국 '레인보(무지개) 공동체'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박옥선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장은 제21대 총선에서 당 비례대표에 도전장을 냈다. [사진=아주경제 영상 스크린샷]


이어 "21대 국회에 입성하면, 글로벌 수준의 국격 있는 대한민국으로 나가는데 장애물인 인종과 문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사이버공간과 학교·직장 등에서 몰아내기 위한 법 제정과 함께 문화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공립 다문화·이중언어특성화 대안학교 설립'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인재양성에 나설 것"이라며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른 '국제결혼가정 중심'으로 이주청소년 지원 체계를 개편해 무국적 이주아동 등도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글로벌관광특구' 추진과 관련해선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의 지원 및 개발 추진을 통해 관광과 여행업, 쇼핑 등 지역 상권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며 "민주당뿐 아니라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신 있느냐'고 재차 묻자, "준비는 끝났다. 혼신의 힘을 쏟는 일만 남았다"라고 답했다. 인터뷰가 1시간을 훌쩍 넘었다. '예비 정치인 박옥선·인간 박옥선'의 최종 꿈은 뭘까. 박 위원장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이었다.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소외된 삶을 살았다. 항상 당당하지 못했고 무엇인가를 숨겼다. 나뿐만이 아니다. 모든 재외동포가 그럴 것이다. 이런 차별 사회를 후세대에 물려줘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 나라도 나서야 한다. 당당하게 내 신분을 밝히고 배제와 혐오 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레인보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마지막 꿈이다."

다음은 박 위원장의 프로필

△로드랜드대학교 대학원 상담학과 석사과정 졸업(2018) △중국 흑룡강성 탕원동선학교 교사·흑룡강신문사 통신기자(1989·이하 경력) △봉사단체 한나협회 설립(2010) △(사) CK여성위원회 설립(2014·현 이사장) △제19대 문재인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회 위원장(2017) △법무부 지정 사회통합프로그램 동포지원센터 대표(2017)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다문화 권익증진특별위원장(2018)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구로구협의회 기획홍보위원장(2018)
 

박옥선 더불어민주당 귀환중국동포권익특별위원장. [영상=박 후보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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