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구세주 된 연준] ①미지의 영역 들어선 연준...부양 과제 아직 안 끝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금리에서 정크등급 회사채(정크본드) 매입까지 연일 경기 부양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경제 마비에 대응해 구원투수를 자처한 것. 이미 미지의 영역에 들어선 연준이 어디까지 깊숙이 발을 담글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준은 9일(현지시간) 2조3000억 달러어치 유동성 투입 계획을 밝혔다. 회사채와 지방채 매입을 본격화해 실물 경제를 지원 사격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와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매입 등의 파격 조처가 포함됐다.

연준은 이미 제로금리, 무제한 양적완화, 기업어음(CP) 매입에 이어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지원 등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서는 비상카드를 잇달아 꺼내든 바 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 및 중앙은행 정책 애널리스트는 CNBC를 통해 "연준이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한 금융시장과 신용공급에 미치는 충격에 맞서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부양 프로그램을 배치했다"며 "연준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하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의 시행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새 프로그램이 가동하고 시행되기까지 몇 주 혹은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짚었다.

카토연구소의 조지 셀진 선임 연구원 역시 "새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은행들이 기꺼이 대출을 늘리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연준이 앞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CNBC는 앞으로 연준이 일본은행처럼 주가지수펀드(ETF)를 매입해야 한다는 커다란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준의 코로나19 대책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0일 클리블랜드시티클럽이 주최한 온라인 토론에서 "우리의 임무가 다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는 늘 현재 상황과 우리가 가진 수단을 살펴본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판단할 땐 가지고 있는 수단을 활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준이 이 같은 전시 수준의 대응에 나서는 건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JP모건은 지난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40%까지 낮춰잡았다. 실업률은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연준의 대책은 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1974년 이후 최고의 한 주를 보냈다. 다우지수는 한 주 동안에만 12.7% 뛰었고, S&P500지수는 12.1% 상승해 46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크리스토퍼 월렌 월렌글로벌어드바이저스 설립자는 "파월에 별을 4개 주겠다"며 "시장 상황이 괜찮다. 연준 뒤로 많은 박수가 쏟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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