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재판부가 "다그치지 말라"고 제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 논문은 내가 쓴 것..."조씨(3저자)는 물론 제1저자도 기여한 바 없어"
이날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이 논문 초록의 제3저자로 등재된 것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논문에 기여한 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최씨 역시 조씨가 초록을 만들 당시에는 기여한 바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접촉도 없었고 실험실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최씨 진술을 토대로 검찰은 지도교수인 김 교수를 추궁했다. "증언에 따르면 2009년 4월까지는 (조씨와) 접촉 사실이 없다는 건데 사실인가"라거나 "논문 작성에 기여한 바가 어느 정도냐"라고 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의 '폭탄발언'이 나왔다. 조씨가 기여한 바도 없지만 1저자인 최씨도 기여한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검사 : 조씨가 논문 작성에 관여한 바가 없었나?
김 교수 : 네. 실은 (제1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제가 썼으니까요. 당시 최씨도 막 석사 2학년 올라온 상태여서 구체적 데이터는 얼마 없었을 겁니다. 그건 제가 다 작성하고, 나중에 갈 때는 이런 것들을 하자고 해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검사 : 조씨가 기여한 바가 없는 건 맞는거죠?
김 교수 : 그렇죠
검사 : 이 초록이 영문으로 작성됐는데 정확히 그럼 누가 작성한 건가요?
김 교수 : 제가 썼습니다. 학생에게 한번 써보라고 하는 건 자기가 해봤다는 경험을 갖게 해주려는건데, 명색이 국제학회입니다. 학생들한테는 가서 발표를 하고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나를 부르라는 정도의 요청을 합니다.
검사 : 그럼 최씨도 직접 쓰게 하고 증인이 거의 전면 수정하는 형태로 한 겁니까?
김 교수 : 그렇습니다.
◆ 2013년 녹음파일 제출한 검찰... 체험활동과 4년 시차
이날 재판에선 2013년 8월 정 교수와 딸 조씨, 김 교수 세 사람이 나눈 대화가 녹음된 파일을 제출했다. 이 녹음파일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면접을 며칠 앞두고 김 교수를 찾아간 당시 정 교수가 녹음한 파일이다.
녹음된 파일에서 김 교수는 "질문이 나오면 알기는 해야 하지 않느냐"라면서 대학원 면접에 대비한 준비를 하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검찰은 이 부분을 두고 '거짓말 리허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체험활동과 대학원 입시 사이에 4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체험학습이 있었던 상황을 상기하는 과정일 뿐이지 거짓말을 하라고 연습을 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
이에 검찰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입증 취지를 간단히 여섯 글자로 말하자면 '거짓말 리허설'"이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확인서가 거짓이냐 아니냐 다투다가 (갑자기 대학원 입시)면접으로 넘어가는 건 비약이 심하지 않느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예상 질문이 있을 때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 것을 도왔다고 '거짓말 리허설'이라고 하는 것 지나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 '프레젠테이션' 설명하는 교수에 큰소리낸 검찰
녹음파일에서 김 교수는 "니가(딸 조씨) 다행히 영어를 잘해서 그 프레젠테이션을 맡았고, 공동저자로 들어가게 됐다고 하고 학회지는 됐고... 4년에 한 번씩 학회를 할 때마다 요지록을 모아서 짧은 논문 형식으로 내는... 이걸 찾아보면 나올 거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의 신문이 진행됐다.
검사 : 조씨가 일본학회에서 논문 프레젠테이션을 맡아 초록에 들어간게 아닌데도 프레젠테이션을 맡아 논문 저자로 들어갔다고 말하라고 시키는 겁니까.
김 교수 : 프레젠테이션 참여한 건 사실이다. 영어 번역 안 했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검사 : (상기된 목소리) 다시 묻겠다. 교수님이시니까 프레젠테이션이 뭔지 저보다 더 잘 알거다. 프레젠테이션은 설명을 말하는 겁니다!
김 교수 : 포스트 프레젠테이션은 옆에 그냥 서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대답하고 계속 말하는 거 아닙니다.
검사 : 계속은 아니고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하고 있는거 없죠?
김 교수 : 그렇습니다.
◆ "'허드렛일'이라 안썼으니 허위" vs "확인서 그렇게 쓰는 경우도 있나?"
김 교수는 이날 조씨가 체험활동과 관련해 "허드렛일"을 했다고 인정했다.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대학원생이 실험을 하는 동안 간단한 보조를 해줬다는 것.
이를 두고 검찰은 "허드렛일 했고 포스터 옆에 서 있었다고 확인서에 써야하는데, 논문에 실제 참여한 주연구원이었고, 고교생이 세계학회 포스터 발표했다고 써준 것은 명백한 허위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주례사'를 예로 들며 검사의 지적을 반박했다. "주례사에서 정말 직해서 착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
김 교수는 이후 진행된 변호인 반대 신문에서 "고등학생이 일했으니 교수 입장에선 허드렛일 아니냐, 그런데 허드렛일 했다고 확인서를 써주는 경우는 없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 "다툼 날까봐 다 올려줬다...도와준 어민도 저자로 올렸다"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자 재판부가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다른 논문 포스터에 제3저자에 등재된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하느냐" "고교생은 조씨 외에는 없었느냐"는 등의 질문이었다.
이에 김 교수는 "숟가락만 어느 정도 얹으면 다 올려줬다"고 답했다. 정식 논문을 낼 때 다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준 사람도, 채집에 참여한 사람도 모두 저자로 올렸다는 것. 심지어 도움을 준 어민도 저자로 올렸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고 싶었던 것인지 재판 말미에 재판장은 김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느낀 감정을 자유롭게 얘기하셔도 된다"고 허락하기도 했다.
이에 김 교수는 "짧게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학생들의 국제화가 대학가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어린 학생이 국제학교 가서 공부하는 게 제가 꿈꿨던 것, 저에게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더 열심히 했을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직 고등학생이던 조 전 장관의 딸에게 학습동기를 심어주려 했다는 것. 하지만 김 교수는 "결국 제가 맘이 약해서 학생 망친 것 같아... 서류 만들 때 좀 더 엄정하게 하나하나 따졌더라면.... 제가 잘못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의 10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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