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시장은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광명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 이 같이 밝혔다.
집회에는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시민사회단체장,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가해 광명시 한복판에 차량기지가 들어올 경우,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할 환경과 성장 잠재력이 철저하게 짓밟힌다며, 차량기지를 한마음 한뜻으로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2미터간격을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준수하며, 1시간여 동안 집회를 진행했다.
구로차량기지는 1974년 8월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고 한 달 뒤 구로구 구로동 일대 25만3224㎡에 조성됐다. 경인선과 경부선 전동차의 62%(908량)가 이곳에 머물면서 수리·점검을 받는다.
차량기지 조성 당시 구로구는 서울시의 외곽이었다. 점차 도심화하면서 소음·진동, 도시 단절 등의 주민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민원이 잇따르자 정부는 2005년 6월 국무회의에서 구로차량기지를 외곽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에 포함, 이전 논의를 가시화 했다.
이후 관계 기관이 공동 TF를 꾸려 여러 가지 이전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전지로 지목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거듭되면서 논의는 수년 동안 공전했다.
그러다 2009년 12월 광명시 노온사동으로의 이전하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당초 TF가 2008년 12월 타당성조사를 했을 당시 광명시 노온사동은 구로구 항동과 부천시 범박동에 이어 3순위 후보지였다.
후순위 후보지가 지목된 데는 구로구·부천시의 반대뿐만이 아니라 광명시 노온사동과 시흥시 과림동 530만 평(1740만㎡)의 보금자리지구 지정이라는 당근책이 배경에 있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로구청장, 광명시장 등은 이 방안을 놓고 2010년 9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4차례나 협의했다.
◇ 차량기지 이전 핵심 조건 ‘물거품’
국토부는 2010년 3월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광명·시흥지구를 선정했다. 또 차량기지 지하화와 지하철역 신설안 등을 담은 타당성조사와 차량기지 이전지 활용 용역에 착수했다.
광명시의 핵심 요구안이 대체로 반영되면서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이 현실화하는 듯 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우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 등으로 차량기지 이전 핵심 조건이었던 광명·시흥지구 개발이 표류했다. 그러다 결국 2014년 9월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해제됐다.
또, 차량기지의 지하화나 복개 방안이 사업비 증가로 인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광명시의 애초 요구안이 상당부분 물거품이 됐다.
국토부는 구로차량기지 이전의 핵심 조건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한국개발연구원을 통해 이전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그대로 진행했다.
국토부는 차량기지 입출고선을 광명시내로 경유하도록 다시 기획해 광명시와의 협의를 이어갔다.
시는 보금자리 사업 좌초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계속되는 이전 추진에 최소 조건으로 차량기지 지하화와 지하철 5개역 신설을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명시 민선7기가 2018년 7월 출범했지만, 차량기지 이전을 둘러싼 국토부와 광명시의 이견은 계속됐다.
국토부는 차량기지 이전 사업의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협조 요청을 수차례 시에 보냈다.
광명시도 이때마다 친환경(지하화) 차량기지 조성과 5개역 설치, 운행간격 조정(10~20분→5분), 광명시민 협의 참여, 제2경인선 연계 등 5개 요구안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 가운데서도 구로구 민원을 광명시로 연장할 수 없다며, 차량기지 지하화를 중심에 두고 요구하고 있다.
시는 그러면서 국토부의 이전 계획안을 토대로 환경 훼손의 심각성을 시민에 알리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광명시가 지난해 3월11일 공고한 국토부의 구로차량기지 이전사업 기본계획 환경영향평가서에 나온 광명 이전지를 위성사진에 대입한 결과는 심각했다.
차량기지가 광명지역 중심을 횡단해 두 동강이 날 상황이고, 현재 주민이 사는 노온사동 밤일마을 상당부분도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계획한 구로차량기지 이전지의 면적은 모두 28만1931㎡에 달한다.
이는 구로기지 23만7380㎡보다 4만4551㎡(18.7%) 늘어난 규모로, 국토부가 2016년 12월 타당성 재조사 때 계획했던 19만5680㎡보다도 무려 8만6251㎡(44.1%)나 커졌다. 면적이 늘어난 만큼 사업비도 재조사 때 9368억 원에서 1조718억 원으로 14.4%나 늘었다.
전체 49개 유치선과 경수선 공장을 잇는 기지는 타당성 재조사 때 최장 폭 315m, 전체 1.1㎞ 구간에 입구가 좁아지는 음료병을 눕힌 모양이었다가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면서 면적이 대폭 늘었다.
최장 폭이 315m, 전체 구간이 1.2㎞로 늘었고, 모양도 마치 뭉뚝한 텀블러를 눕힌 모양으로 되면서 평균 폭이 200m나 됐다.
더욱 심각해진 건 기지의 가장 오른쪽 경수선 공장 부분이 새로 생기면서 논·밭과 주택은 물론 밤일마을에서 구름산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둘레길과 노온배수지 진입로를 덮는다는 것이다.
또 기지 내 단차 발생으로 기지 왼쪽의 유치선 구간은 7m 높이로 쌓고, 경수선 공장 부분은 11m 깎아야 해 인근 주택가, 음식문화거리와의 높낮이 차가 컸다.
이런 식이면 밤일마을 주택가는 물론 구름산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둘레길과 노온배수지 진입도로도 모두 없애거나 옮겨야할 상황이다.
◇이전 반대 공대위 주축 대응, ‘시민 분열’ 우려
광명시의 ‘조건 불이행에 따른 차량기지 이전 반대’에도 불구, 국토부는 기본계획 수립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지난해 3월11일~4월19일 공람·공고한 뒤 주민의견을 받았다.
국토부 주관 주민설명회를 연 뒤 올해 6월 10일까지 차량기지 이전 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도 받았다.
시는 국토부에 낸 의견서에서 차량기지 이전 전제였던 보금자리지구 지정이 해제됐으므로 이전 사업도 소멸돼야 하기에 광명시 허파인 도덕·구름산의 산림축 훼손, 노온정수장 오염이 우려된다고 반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시와 시의회, 국회의원, 도의원,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 269명이 참여하는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대위를 중심으로 대응해 왔다.
공대위는 정치권과 접촉하고 구로차량기지 기술자문을 통한 논리적 대응에도 나섰다.
시가 최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차량기지 광명 이전에 따른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가 61.7%, 찬성이 21.9%가 나왔다.
박 시장은 “국토부를 제외한 관계기관 누구도 차량기지 이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구로구민 민원 해소를 위해서는 현 위치에서 지하화 하는 게 마땅하다. 구로구 민원을 왜 광명시까지 연장하려 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관계기관 협의를 마친 국토부는 조만간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거쳐 기본계획 고시와 실시설계에 들어가 오는 2027년까지 이전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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