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 방위산업 정밀 타격..."공급망 무기화"에 열도 충격

  • 미쓰비시·IHI 등 20개 사 금수 및 스바루·TDK 등 20개 사 감시 리스트 전격 발표

  • 다카이치 정권 '대만 유사시' 발언 정조준한 경제 보복에 日 정부 강력 항의

24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사진EPA연합뉴스
24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사진=EPA·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일본 방위업계를 대상으로 고강도 제재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일본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24일 중국 상무부는 미쓰비시조선 등 일본의 20개 기업 및 단체를 수출 통제 대상 명단에 추가하고, 이중용도(군민양용) 품목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발표 당일부터 즉각 시행되었으며, 중국 정부는 이와 별개로 스바루 등 20개 기업을 수출 심사 강화 대상인 감시 리스트에 올리는 등 대일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이 개별 기업의 실명을 대거 거론하며 즉각적인 제재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일본 내에서는 이번 조치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및 안보 정책에 대한 명백한 경제적 압박으로 받아들여지며 산업계 전반에 거대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격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연휴 기간에도 치밀하게 일본의 '급소'를 찌를 준비를 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일본의 방위력을 지탱하는 중추 기업들을 정조준했다는 데 있다. 수출 금지 대상 20개 곳에는 미쓰비시중공업 산하의 미쓰비시조선,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엔진을 비롯해 가와사키중공업의 항공우주 시스템 카테고리, IHI 에어로스페이스 등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등을 개발하는 중공업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한 자위대용 컴퓨터 시스템과 레이더 관련 기술을 보유한 후지쓰와 NEC의 그룹사, 그리고 일본 우주 개발의 핵심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방위대학교까지 명단에 올랐다. 중국 상무부는 이들에 대해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금지함은 물론, 제3국에서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해당 기업에 전달하는 행위까지 차단하는 저인망식 규제를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사토 게이 관방부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는 극히 유감스러운 조치"라며 중국 측에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 외무성 간부는 "이번 조치는 명백한 추가 보복이며, 개별 기업의 명단을 명시해 발표와 동시에 실시한 것은 국제적 관행을 완전히 무시한 이례적인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지 언론들은 다카이치 정권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중국이 현실적인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가 "일본의 재군비와 핵 보유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라고 주장하며, 다카이치 총리의 안보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 한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제재 대상 기업 등 일본 산업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스바루, ENEOS, TDK, 미쓰비시 머티리얼 등 20개 사가 포함된 '수출 심사 강화(감시) 리스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운용되는 방식이라 그 불투명성이 공포를 키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감시 리스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될지, 어떤 서류를 추가로 요구할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규제 대상이 된 기업의 주가는 24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폭락했다.  NEC는 전 거래일 대비 8% 넘게 주저앉으며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바루와 IHI 등도 5~8%대의 큰 낙폭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재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일본 첨단 산업의 생명줄인 희토류와 중요 광물의 공급망을 완전히 끊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본 경제 전반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고한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일본 GDP가 약 0.25% 하락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정밀 타격식' 제재는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다카이치 정권이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 AI, 반도체, 우주·항공 등 17개 전략 분야는 중국산 희토류와 특수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IHI 등 일부 기업은 "방위 장비의 경우 타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해왔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산하 협력업체들이 중국산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카이치 정권의 대중(對中) 소통 채널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 당시에는 자민당 내 중국통 정치인들이나 공명당이 중재자 역할을 하며 사태를 수습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세대교체와 연립 여당의 변화로 인해 중국과의 막후 협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일본 기업들을 압박해 다카이치 총리에게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이른바 '이민위정(以民圍政)'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신문은 과거 '정냉경열(政冷經熱, 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거운)'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정치와 경제가 모두 얼어붙는 '정냉경냉(政冷經冷)'을 넘어 경제 교류 자체가 영(0)으로 수렴하는 '정령경령(政零經零)'의 위기가 일본 산업계를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일본 기업들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자원 공급처를 잃을 위험 속에서 강제적인 공급망 다변화라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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