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어요. 한편으로는 다시 못 올 것 같은 행복을 느꼈고, 정말 감사했어요. 다만 이건 절대 혼자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실이기 때문에 저 혼자 자축하는 마음이 아니라 모두에게 감사하고 축하를 보내는 마음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되어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김부장'은 지난 25일 23%의 높은 시청률로 마침표를 찍었다.
"방송이 끝나고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답장을 하다가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제일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그 시간을 보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죠. 지금의 들뜬 마음을 잘 내려놓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이 마음에 도취돼서 다음 스텝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까요. 지금처럼 하늘을 보는 기분이 드는 순간일수록, 언젠가 이런 결과가 아닌 상황이 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윤경호는 전장의 신으로 불렸던 비밀 요원 출신이자 다빈이의 아빠 박진철 역을 연기했다. 극 중 박진철이 선보이는 묵직한 액션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타격감 있는 액션을 통해 시청자들을 매료 시켰다.
"솔직히 근사하게 포장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캐스팅된 상황 자체가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꼭 이 역할을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오랫동안 배역을 기다려온 시절을 겪었던 저로서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예전부터 복싱 계열 타격기를 몇 년 정도 했던 훈련을 바탕으로 무술감독님과 메인 액션 신을 따로 맞춰봤어요."
특히 남실장과 벌이는 컨테이너 트럭 액션은 '전문가들의 대결'로 보이길 원해, 액션 디자인의 난이도 역시 한층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상대역인 이동하 배우가 성격이 너무 착해서 조금만 부딪혀도 염려하길래 '너는 여기서 굉장히 무서워야 한다. 자꾸 나를 염려하면 착한 표정이 나올 수 있으니 그냥 때려도 된다'고 했어요. 힘들다거나 위험하다는 생각보다 진짜 배역으로 한번 붙어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끝난 뒤엔 서로 박수를 쳤고 다음 날은 둘 다 뻗어서 마사지를 받았죠."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 덕분에 그가 내걸었던 '13% 돌파 시 13시간 묵언수행' 공약도 방송 2화 만에 일찌감치 이행됐다. 당혹스러움으로 시작했던 이 묵언수행은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뭉클한 감동의 시간으로 남았다.
"13%를 넘었을 때부터 저는 묵언수행 준비를 하느라 생각이 정말 많았어요. 회사 식구들과 긴급회의를 하면서 진짜 이 공약을 어떻게 이행해야 하나, 진정성을 담아야 하나 고민했죠. 막상 하면서는 어느 순간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결정적이었던 건 팬사인회였어요. 한마디도 못하는 저를 찾아와주신 분들이 오히려 떨고 계시더라고요. 차마 말을 못 하고 돌아가는 안절부절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못다 한 말들을 편지로 보내주셨는데, 집에 와서 읽다가 눈물이 났어요. '당신은 잘하고 있다'는 글들이 제 마음을 많이 단단하게 해줬어요. 13시간 동안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면서 저 자신도 단단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작품의 인기 요인 중 하나였던 소지섭, 최대훈과의 이른바 '아빠들' 케미스트리 역시 실제 끈끈한 우정에서 비롯됐다.
"지섭이 형과는 두 작품 정도 같이 했고, 최대훈 배우는 저와 동갑내기 친구예요. 이번 작품에서 만나서는 제가 둘 사이의 윤활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너무 케미스트리가 좋았어요. 후반부에 와서는 진짜 친구 같더라고요. 지섭이 형은 본인이 역할상 과묵해야하니 너희들이 해달라며 재미난 소스를 많이 던지셨어요. 그런 친분이 쌓이다 보니 마지막에 철창 안에서 셋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 속 감정들이 연기 이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30여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버텨온 20여 년의 지난한 무명 세월이 있었다.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절박한 순간,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결국 가족의 존재였다.
"막노동도 했고, 키다리를 신고 삐에로처럼 풍선을 불어주는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가장 힘들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는 결혼하고 첫째를 임신했을 때였어요. 그전까지는 통장이 마이너스여도 혼자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니까 아빠의 꿈 때문에 아이가 힘들게 크는 걸 보고 싶진 않더라고요. 진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때 영화 '군함도'라는 작품이 찾아왔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에게 마음속으로 '아빠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어. 네가 조금 배고프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줘. 마지막으로 한번 해볼게'라고 이야기했어요. 딸이 태어나고 '도깨비'도 찾아오면서 길이 열리는 기분이었죠. 예전에는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냈다면,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물불 안 가리고 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하겠다는 마음이 됐어요."
예능에서의 친근한 이미지가 자칫 본업인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을 흔들지 않을까 하는 내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팬들의 묵직한 응원이 그를 다잡아주었다.
"연기를 20년 넘게 해온 시간에 비해 예능으로 너무 단기간에 사랑을 받으면서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사실 예능에 더 소질이 있는 사람인데 이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까 걱정도 됐죠. 그런데 한 팬분이 편지로 '당신이 연기를 계속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했고, 그게 없었다면 예능에서의 당신도 좋아하지 않았을 거다. 연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달라'고 써주셨어요. 그 말이 정말 위안이 됐어요."
쏟아지는 러브콜 속에 다작을 병행하며 부딪히는 물리적 한계 역시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동료 배우 조인성의 조언을 나침반 삼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말 자체가 관객분들께 얼마나 신뢰가 안 되는 말인지 알기에 제일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그럴 때 가까운 동료인 조인성 배우가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라면 그 최악을 더 최악으로 만들지 말고 차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큰 힘이 됐어요. 제가 물리적으로 완벽히 준비할 수 없다면, 액션에서 통쾌함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고 더 무게감 있고 절도 있는 액션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김부장'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향한 논의도 조심스레 싹트고 있다. 윤경호 역시 박진철로서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설 날을 상상하며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아직 모든 건 열려 있는 상황이에요. 저희도 마지막 방송을 같이 보면서 들뜬 마음에 서로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모든 사람의 생각을 이 자리에서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워요. 다만 희망이 있다면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시즌2가 만들어져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꼭 보고 싶고요. 만약 시즌2에서도 제가 박진철로서 계속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때는 정말 잘 준비해서 지금보다 더 좋아진 몸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 제가 시간이 나서 7월에 계속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게 제가 받은 사랑에 대한 약간이나마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