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디지털 전환 전도사"... 이통사, SI 사업 속속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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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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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SI 사업 재진출 이어 SK브로드밴드도 SI 사업 본격화... LG유플러스는 관망

B2C인 통신사업에 집중하던 이동통신사들이 B2B인 시스템통합(SI) 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자체 디지털 전환 경험을 살려 급증하고 있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확보하려는 매출 확대 전략이다.

7일 SI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애큐온저축은행의 핵심 금융 IT 시스템(계정계)과 외부 고객 접점(채널계) 고도화를 위한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사업 수주를 계기로 기존 유선통신망 사업에서 금융권 IT 시스템 구축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SK브로드밴드는 자사가 보유한 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살려 기업에 차세대 네트워크와 IT 시스템을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통신망과 IT 시스템을 따로 발주하고 구매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지고, 이통사와 협력함으로써 사내 IT 시스템과 외부 통신망이 더 효율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통합 시스템 구축으로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관리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SK브로드밴드 측의 설명이다.

과거 SK브로드밴드는 기업에 통신 네트워크와 VDI(가상 PC)를 구축하는 형태로 B2B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애큐온저축은행과 협력을 계기로 금융 IT 시스템의 핵심인 계정계 구축 능력도 검증받을 계획이다.

이번 고도화 사업은 △최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계정계 용량 및 성능 향상 △금융 고객의 수요에 맞춘 시스템 구조 효율화 △네트워크 정보보안 개선 △모바일뱅킹 경쟁력 향상 △고객과 접점이 되는 채널 인터페이스 성능 개선 △IT 서비스 관리(ITMS) 기반의 서비스 품질 관리 체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SI 업계에선 SK브로드밴드의 이번 발표를 두고 SK그룹사 내 SI 전문 기업인 SK㈜ C&C와 사업영역이 겹치게 될 것을 우려했다. 금융권 IT 시스템 고도화는 SK㈜ C&C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SK브로드밴드의 SI 사업은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고 IT 시스템 구축은 부가적인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SK브로드밴드와 SK㈜ C&C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룹사 간 협의를 통해 사업영역이 겹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C&C는 "SK㈜ C&C는 대형 금융권 IT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공동 SI 사업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 관계"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달 23일 기업이 요구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며 SI 업계로 복귀를 선언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KT는 대표적인 대형 SI 사업자였으나, 누적된 적자에 2006년 SI 사업부를 해체하고 2008년 KT그룹사 IT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자회사 KT DS를 설립한 바 있다.

반면 KT 구축형 클라우드는 KT 사내의 DX/클라우드 사업부에서 직접 진행한다.

KT는 기술과 인프라의 현대화를 원하지만, 보안과 데이터 관리 문제로 외국 클라우드 업체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사를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이 클라우드의 고급 IT 기술을 활용하며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게 KT 구축형 클라우드의 최대 강점이라고 KT 측은 설명했다. 내부에 구축하는 시스템인 만큼 정부와 금융사도 기밀 정보와 고객 정보를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있게 된다.

SK브로드밴드와 KT가 SI 업계 진출을 선언한 반면, LG유플러스는 SI 사업에 진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IT 시스템 구축은 그룹사의 SI 전문 기업인 LG CNS가 진행하고, LG유플러스는 이를 돕는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통 3사의 B2B 사업은 주로 통신망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통 3사가 보유한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IT 시스템 운영 능력을 기업에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며 "특히 KT의 SI 사업 재진출은 기존 SI 업체들도 긴장할 '다크호스'가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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