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병원 외래진료 축소 움직임…의료대란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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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8-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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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건수 줄이고 응급환자 사망하기도

  • 대전협 파업 강행에 丁총리 “깊은 유감”

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로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휠체어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강수를 뒀다. 여기에 정부 역시 “환자 희생을 강요하는 불의”라고 비판에 나서며 양측이 ‘강대강’의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스케줄 조정 등으로 버텨왔던 주요 대학병원들 마저 외래진료 축소를 만지작거리면서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내과가 외래진료 축소를 공식화한 데 이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일부 과에서도 진료 축소 등을 논의 중이다. 주요 대학병원들은 지난 21일부터 전공의들이 단계적으로 시작한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신규 수술을 잡지 않으면서 버텨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내과에선 외래진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내과는 암환자 등 만성질환자가 많아서다. 그동안 교수들이 입원환자, 중환자 관리와 외래진료, 수술, 야간 당직 업무를 모두 맡으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돼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다른 과의 외래진료가 축소될지는 추이와 상황을 지켜보며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외래진료 축소를 검토 중이다. 관계자는 “일부 과에서 논의 중이지만 외래진료 축소 결정에 아직 가시화된 사항은 없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미 입원 및 수술 건수는 절반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여건의 수술을 진행했던 아산병원도 수술 건수를 40~50%로 줄였다. 신규 수술을 잡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에 확정됐지만 응급도가 떨어지는 수술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제는 외래진료도 축소될 전망이다. 현재 아산병원에선 응급, 중환자, 분만, 투석 등 필수 의료 업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업무는 제외하고 전체 전공의의 90%가 집단휴진에 참여했으며, 전공의 선배 의사인 전임의도 절반 넘게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와 응급실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한 후 외래진료를 10% 정도 줄였다”면서 “하지만 장기화되면서 외래진료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의료공백으로 인해 응급환자가 새벽에 응급실을 찾아다니다 치료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6일 밤 정체불명의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위 세척 등을 위해 부산·경남지역 병원을 3시간 동안 찾아다니다 중태에 빠져 결국 사망했으며, 경기 의정부시에서도 지난 28일 새벽 5시께 심장마비로 쓰러진 30대 남성이 병원 4곳으로부터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결국 숨졌다.

이날 전공의 대표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공의 파업 지속 여부를 표결한 결과,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으나 추가 회의를 통해 무기한 파업을 강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전협의 결정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세균 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계속 시도해 왔다”며 “그럼에도 전공의협의회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을 외면한 결정을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한층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휴진)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공의단체의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우며, 이는 다수의 국민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현재 전공의 등의 집단휴진은 환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불의한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양측이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대립각을 세워 환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이 벼랑 끝에서 위태위태한 상황인데 (정부와 의료계 모두) 그 사람들을 보지 않고 의료 정책만 바라보고 있다”며 “영화에서나 벌어질 일이다. 응급환자가 사망하고 수술이 연기되는 상황에선 정부와 의사 모두 어떤 이유도 명분도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엔 병원이 많지만 취약 지역엔 병원이 없고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등 의료정책이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지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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