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본지와 만난 팽경인 그룹세브코리아 대표는 국내 주방 시장을 꽉 잡은 테팔의 성공적인 현지화 비결을 설명하며 이처럼 말했다.
팽경인 대표는 글로벌 종합생활가정용품 브랜드 테팔을 전개하는 그룹세브의 한국 지사를 11년째 이끌고 있다. 그룹세브 내 최초의 비 프랑스인, 여성 지사장이다. 1997년 마케팅 차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상무, 영업 상무, 영업 전무를 거쳐 2009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팽 대표는 테팔이 주방용품·가전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생활가전으로 시장을 넓히고, 지난해 WMF를 국내에서 론칭하며 프리미엄 주방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테팔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경쟁이 치열한 국내 주방 시장에서 선두 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는 뛰어난 기술력을 토대로 한 고객 소통 전략이 한몫했다.
팽 대표는 "그룹세브는 지난해 기준 세계 특허 383개를 보유한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토대로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밑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를 철저히 분석해 일상생활에서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며 "예컨대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을 사용한다. 외국계 기업이지만 제품을 설명할 때 소비자가 한글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어 단어가 아니면 반드시 한글을 써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려면 한글이 심리적 거리가 훨씬 가깝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테팔은 제품명이나 설명에 있어서 철저하게 한국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다. 예를 들면 ‘서모스폿(thermo-spot)’이란 어려운 용어 대신 프라이팬의 '열센서'라고 설명한다. 독창력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인지니오(Ingenio)' 대신 '매직핸즈'라는 제품명을 사용하는 식이다.
팽 대표는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 제품은 기본이다. 가격, 유통 채널, 인사, 정책, 조직문화,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한국사회화할 때 진정한 현지화이고, 소비자가 쓰고 싶은 브랜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다"며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홈쇼핑이 주요 채널이 아니나, 한국에서는 홈쇼핑 방송이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서비스센터에 택배로 제품을 보내 수리 후 택배로 받는 것이 훌륭한 애프터 서비스(AS)라고 생각하나, '빨리빨리' 문화의 한국은 직접 방문해 빠르게 수리 받는 걸 좋아해 서비스센터 망을 넓게 갖췄다"고 설명했다.
고메·트레져 인덕션 냄비는 테팔의 대표적인 한국형 제품 중 하나다.
팽 대표는 "테팔이 프라이팬에서는 압도적인 1위이나 냄비 시장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냄비를 어떻게 사는지 질문했더니, 여성 소비자에게 냄비는 단순히 요리하기 위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성의 차처럼 디자인, 성능, 감성까지 충족시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는 편수 20㎝, 양수 18㎝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서 팔았으나, 소비자는 찌개 냄비가 필요하다, 국 냄비를 사야 한다는 식으로 인식한다. 소비자가 고르기 쉽게 국내 셰프와 협업해 라면, 뚝배기, 찌개, 전골, 국 냄비 등으로 세분화했다"며 "이에 맞춰 라면 냄비에는 물조절 눈금을 넣고, 볶음라면을 끓일 때 물을 따르기 쉽게 만들었다. 볶다 끓이는 요리가 많은 데 주목해 냄비 바닥에 코팅을 넣었다. 이처럼 소비자의 편리함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 결과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테팔은 위생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를 위해 국내 최초로 유리 용기를 적용한 데다 칼날이 분리되고 원터치 자동 세척 기능을 갖춘 미니 믹서와 토스터 내 먼지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도록 별도 뚜껑이 포함된 토스터 등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현재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팽 대표는 이러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좋은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 품질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아 모든 브랜드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린다.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면 다른 국가에서도 먹힐 만큼 수준이 뛰어나다"며 "한번은 밥솥 출시를 고민하며 소비자 조사를 하는데, 외국 브랜드가 어떻게 밥솥을 만드냐는 의견이 1명에게서 나왔다면 나머지 7명은 테팔 제품은 기존 한국 제품보다 디자인·기능 측면에서 모두 앞서기 때문에 밥솥을 출시하더라도 시중의 밥솥을 모두 조사해서 더 나은 기능을 넣었을 것이라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좋은 제품을 내놓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성공하는 사람은 주인 중심, 실패하는 사람은 자기 중심'"이라며 "비즈니스 영역에서 주인은 직원, 소비자, 유통고객, 지역사회다. 주인, 즉 중심고객에게 유익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영 성과를 잘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를 잘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그 과정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협력해야 한다. 때문에 고객 소통만큼이나 직원, 유통 채널, 지역 사회와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팽 대표는 임원 시절 회사 생활을 재미있고 활기차게 하자는 취지에서 FFS(펀 앤드 파이팅 스피릿·Fun and Fighting Sprit)팀을 만들었다. 부서당 1명씩 부서원을 선발해 회사에 관한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주저없이 올릴 수 있게 했다. 또한 직급에 관계 없이 대표와 직원이 소그룹으로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며 의견을 나누는 '스킵 레벨 런치(Skip-level lunch)' 프로그램과 회사에 제안 사항을 이야기하는 '아이디어 오브 더 이어(IOY)' 등을 운영하며 직원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했다. 매년 초에는 그해 중점 과제를 전 직원과 공유하고 매월 사내 생일 축하 행사에서 전 직원이 모여 생일을 맞은 직원을 축하하며 중점 과제의 진행 상황과 성과, 어려움 등을 공유한다. 취미인 사진 찍기를 살려 워크숍 등 회사 행사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 직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최종 소비자뿐 아니라 유통 채널과의 만남도 팽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 중 하나다. 매장에 직접 방문해 판매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가 원하는 것 등을 듣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테팔은 하반기 매직핸즈, 차탕기, 무선청소기 에어포스 360 라이트, 비어텐더, 에스프레소 머신, 초고속 블렌더 인피니믹스 등을 앞세워 주방·리빙 시장을 공략한다.
팽 대표는 "하반기 테팔은 국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주방용품 카테고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12월 프랑스 컨설팅 회사 빠삐용(PAPILLON)과 함께 주관한 주방용품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서 테팔이 재구매하고 싶은 프라이팬 브랜드 1위로 선정된 만큼, 이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주방용품 1위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테팔의 입지를 굳히고, 지난해 선보인 WMF를 통해 프리미엄 주방 시장을 꽉 잡는다는 계획이다.
팽 대표는 "테팔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주방용품 카테고리는 물론 청소기·다리미·공기청정기·이미용가전까지 출시하며 영역을 생활가전으로 확대했고, 이제는 종합생활가정용품 전문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나설 예정"이라며 "또한 최근 고기능·프리미엄 주방용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커지는 만큼 2016년 인수한 WMF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입지를 굳건하게 하고자 한다. 그룹세브코리아는 테팔과 WMF의 소비자 경험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자 하며,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을 보다 건강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약력
1986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학사
198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석사
1988~1989년 A.C. 닐슨코리아 조사연구원
1989~1997년 코닝한국지사(현 코렐브랜드)
1997~2007년 그룹세브코리아 마케팅 차장·부장·이사·상무이사
2007~2009년 그룹세브코리아 영업 상무이사·전무이사
2009년~ 그룹세브코리아 대표이사
2010년~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원
2015년~ 유럽상공회의소(ECCK) 주방가전위원회 위원장
2016년~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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