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양준모 교수 "재정준칙, 文정부 책임 회피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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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0-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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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든 재정 위기 발생 가능...구체적인 방안 강구해야

  • 홍남기 부총리 리더십 아쉬워...재정당국 소신 어느 때보다 중요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건전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언제든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더불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정부의 재정투입이 현실화됐다. 이 과정에서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정부는 재정준칙을 마련했다. 문제는 재정준칙 자체가 헐겁다는 지적을 받는 데 있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사무총장을 지냈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정준칙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양 교수는 "정부의 재정준칙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수 증가율 둔화와 저성장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지출로 인해 국가 채무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으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의무지출이 급속히 늘고 있다"며 "재정을 건전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언제든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60%로, 통합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하되 한도를 넘으면 건전화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재정준칙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당장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 적자를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의 구조조정을 도모하지 않으면 재정준칙은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국가 채무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만 네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한 영향이 크다. 4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43.9%에 달한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랏빚까지 늘렸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라고 일축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을 지원할 때 지원 대상과 시한을 명확히 하고, 재정 수혜의 생태계가 형성되게 해서는 안 되는 원칙이 있다"며 "이런 원칙에서 볼 때 피해를 크게 입은 국민을 지원하지 않고 총선 전 여당의 강력한 요구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심성 지출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또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4대강 사업과 같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지출이 아니라 소비성 지출이 대부분"이라며 "이는 민간 소비를 구축하고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재정 적자를 악성 적자로 보는 배경이다.

재정 당국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양 교수는 "홍 부총리가 정치권에 휘둘리면서 재정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재정 당국의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정부 정책이 자유와 경쟁 기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 사태 이후 고용도 심각한 상태다. 양 교수는 "현 정부가 2017년 집권 이후 일자리를 강조했지만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며 "고용 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규제를 만들고 고용 비용을 높이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성장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양 교수는 "과거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은 기업이 이끄는 경제 성장에서 비롯됐다"며 "투자 등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고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안전망을 강화하고, 기업은 새로운 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보호와 규제가 아닌, 자유와 경쟁이 정책 기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대공황 사례가 단적인 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사내 유보금 과세와 대기업의 해고 금지, 노조의 협상력 강화 등의 정책을 폐기하고 나서야 대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국은 지금도 이런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고용 악화를 야기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여당은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통과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기업규제 3법은 이론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국민이 코로나로 고통받는 시기에 문제가 많은 법률안을 거대 여당의 힘으로 통과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세제 정책도 정치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양 교수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등으로 이분화해 부동산과 주식양도소득세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정책 효과는 없고 갈등만 증폭됐다"며 "지금부터라도 정치보다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방역이다. 양 교수는 방역 체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패턴으로 방역을 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서다. 

그는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고 코로나가 확산하면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이해하기 힘든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제는 코로나에 대한 방역 체제를 검토하고 새로운 방역 전략을 숙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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