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미국으로 출국, 바이든 후보 측 외교라인과의 접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국하는 강 장관은 오는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9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번 회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양측이 갖는 첫 대면회담이다.
◆강경화, 10개월 만에 방미…바이든 측 인사 접촉할까
두 장관은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나감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글로벌 정세 등 상호 관심 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당초 양국 장관은 지난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방한 일정이 취소됐고,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하면서 이번 방미(訪美)가 성사됐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대면 만남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전인 지난 2월 15일 독일 뮌헨 이후 처음이다. 또 강 장관의 미국 방문은 지난 1월 14일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이후 10개월 만이다.
현재 공개된 강 장관의 방미 일정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뿐이다. 그러나 강 장관이 방미를 계기로 미국 의회, 학계 인사 등과 면담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바이든 후보 측과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
외교부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가능한 범위에서 바이든 측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이다. 통상 당선이 확정되면 각국의 외교당국은 차기 행정부의 정책 동향 파악과 자국 입장 전달을 위해 당선인 측 인사와 접촉한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이 이번 방미를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인사들과 접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쿤스민주당 델라웨어주 상원의원과 전략 자문 회사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 설립자인 미셸 플로노이 등을 만날 것으로 점쳐진다.
강 장관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등 한·미 현안과 한반도 평화 구상 논의 과정 등을 설명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듯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향해 “거짓 승자행세를 한다”고 주장하며 불복을 시사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 측이 외국 정부 인사를 만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 美 대북정책 공백 어쩌나…北 ‘도발’로 존재감 드러낼까
이번 방미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함께한다. 이 본부장은 강 장관을 수행하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바이든 후보의 대북정책 기조가 기존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닌 ‘보텀업(Buttom up)’ 방식을 선호, 북·미 관계 진전의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북한 도발 방지 등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와 바이든 후보 당선과 관련 북한의 반응도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는 때에 맞춰 핵·미사일을 내세워 무력도발을 감행해왔다. 특히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친분을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비핵화 협상 ‘파트너’가 바뀌는 만큼 더욱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난 5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제2회 전파(前派)포럼에서 “북한이 내년 상반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역시 “ICBM과 관련한 북한의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면서 “발사 이유는 충분한데, 시간을 언제로 잡을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내년 3월에 진행될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정세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리뷰하는 동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선의의 무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3월 훈련은 올해 8월보다는 수위가 높은 군사 연습이 될 것 같고, 북한이 가만히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대북협상에 나서기 전에 이뤄질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아직 미국 대선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다. 지난 2016년 대선 때는 당선자가 확정되고 나서야 관영매체 논평을 통해 미국 대선을 언급했지만, 당시 당선자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면 북한은 정상 친분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대한 축전을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접촉이 없던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과거처럼 관영매체를 통해서만 반응할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바이든의 승리가 공식화되면 조만간 언론매체를 통해 선거 후유증의 혼란상을 비판할 수도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선신보 등을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및 6·12 공동성명 이행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뉴욕 채널을 통해 새로운 대북정책 탐색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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