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담] “백신이 종결자 아니다, 내년 겨울 싸움까지 준비를”

  • 정책·의료 전문가 6인 진단

  • 무증상 감염증 증가…역학추적 한계

  • 공공병원 병상 확보·인력 충원에 총력

  • 고령층·의료진 대상 우선접종 서둘러야

[그래픽=김효곤 기자]



전 세계에 유명세를 떨쳤던 K방역도 겨울 유행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제 세계는 코로나19를 극복할 ‘게임체인저(판도를 뒤집어놓는 요소)’로 백신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과 접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은 백신은 ‘게임체인저’일지언정 ‘게임오버(상황을 종결짓는)’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현 유행과 내년 겨울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선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방역, 3차 대유행선 한계

그동안 우리나라의 방역전략은 3T, 즉 진단검사(Test), 역학추적(Trace), 신속치료(Treat)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역학추적과 신속치료가 한계에 몰렸다는 우려를 표했다. 국내 코로나 발생 1년이 다 돼가지만 1차 유행과 2차 유행 후에도 인력 충원이나 지원이 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K방역이 기로에 섰다고 평가했다. “지역감염이 확산하고 무증상 감염자가 늘면서 K방역에 한계가 왔다”며 “현 유행을 잡기 위한 역학조사 등 인력과 병상이 충분하지 않다. 겨울엔 실내 위주 활동이 늘어나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를 고려한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생명방역’이 핵심인데 (정부가) ‘경제방역’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방역의 핵심은 국민의 협조에서 나온다. 현재 신뢰도가 바닥을 쳐 K방역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터널 끝 아니다”

각국의 방역 전략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미국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모더나의 백신을 승인하며 ‘쌍끌이 접종’에 나선다. 각국 정부가 속도를 내면서 연내 30여개국이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그렇다면 백신이 코로나19 종식의 답일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코로나 터널의 끝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은 “백신이 코로나19 해법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어린아이를 맞혀 집단면역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19 백신을 맞히는 이유는 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층 치명률이 높다. (그래서) 예방접종 1순위가 고령자와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인 것이다. 인구의 1000만명인 20%가 이들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그 사람들이 다 맞고 나면 중환자 압박도 없고, 사망자도 없어 큰 고비는 넘길 수 있다”면서 “백신의 유효기간은 6개월인데 우린 아직 4000만명 분의 백신이 들어와도 한 번에 다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기 위원장은 백신 도입 전 콜드체인(저온유통) 구축, 법률적 검토(방문·집단접종) 등을 고려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종할 건지 시나리오별로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기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선구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급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백신이 게임체인저는 맞지만 지금 해외에서 접종하고 있는 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지는 모르는 것”이라며 “(앞으로) 코로나 백신을 맞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이 나오고 노년층 중에 사망자도 발생할 텐데, 지난 독감백신처럼 접종 거부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을까. 독감백신이 500만 도즈(1도즈 1회 접종분)가 남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백신 도입이 시작된다고 해서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는 장담은 못한다”고 전하며, 기 위원장과 같이 고위험군 대상으로 우선 접종 계획을 강조했다.

 
◆병상 대기 중 사망…“공공병원·인력 확보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현재 가장 방역 체계 붕괴가 심각한 지점이 ‘치료’라고 입을 모은다. 중증환자 병상 부족은 물론이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집에서 수일을 기다리는 후진국형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미 집에서 머물다가 사망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금 당장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데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 위원장은 “감염병과의 싸움은 결국 의료 역량에 달려있다”며 “경영이 어려운 중형급 종합병원들이 있다. 재난지원금의 10분의 1만 써도 이들을 사들여 공공병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부족한 의료진도 채울 수 있다. 최후의 보루인 3단계 전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군의관, 전공의, 개원의 등 의료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중환자 대상 의료진은 숙련된 인력이다. 훈련이 안 되고 경험이 없는 의료인력 투입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코로나 중환자 인력은 일반 중환자보다 의료진이 4배가 더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을 뽑아 장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율·김우주 교수와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 병상 확보가 어렵다면 강당, 체육관, 컨벤션센터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천 교수는 “조기에 진단해 가족과 격리해야 일상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며 “신속항원검사 활용이 가정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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