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절망의 시대에 정부는 12월 22일 ‘연말연시 방역 강화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12월 24일부터 1월 3일까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스키장과 눈썰매장 등 겨울레포츠 시설도 전면 운영 중단되고, 서울 남산과 강릉 정동진 등 해맞이 명소와 국공립공원도 폐쇄되며,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의 방역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집단감염 위험이 큰 곳을 겨냥한 ‘핀셋 방역’의 표적 전략인 셈이다.
마지막 수단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만은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고뇌에 찬 불가피한 궁여지책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냉철한 판단과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요청된다. 하지만 정부의 영업 제한·금지 조치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이미 고통이 극에 달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는 설상가상(雪上加霜)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직․간접 피해가 급증할 것이 불을 보듯 뻔 할뿐 더러 이들의 임대료 문제를 방치하면 줄 폐업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에서 한국신용데이터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2월 셋째 주의 전국 자영업자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출은 계속 줄었지만, 감소폭이 전년 동기 대비 3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 급증에 따른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아졌던 지난 2월 넷째 주에도 매출 감소폭은 29%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어려운 경제현실의 막막함을 감히 헤아릴 수 있다.
작금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감내하고 해쳐나가야 할 경제적 난국은 ‘착한 임대인’의 선의에만 의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서서 위기극복의 실마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3차 재난지원금과 시행 중인 고용유지지원금에 더해 임대료 지원도 시급히 시행해야할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3조원+α’로 편성한 3차 재난지원금에 임대료 지원을 추가해 1조원 이상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관건은 실효성 확보에 있다.
국회도서관에서 10월 13일 발행한 ‘최신 외국입법정보’ 제141호 「코로나 대유행과 상가임대차 보호에 관한 미국, 캐나다, 호주 입법례」를 보면, 미국은 3월 27일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및 경제적 보호법(CARES법)」을 제정하여 120일 동안(올해 말까지 연장) 임대료 지급을 연체한 이유로 강제퇴거를 당하지 아니하며, 압류 등의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도 「캐나다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정책(CECRA)」을 실시하여 임대인에게 세제감면과 대출상환 유예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일정기간 임대료의 75% 이상을 감면해주도록 하고, 정부가 임대료의 50%를 부담함으로써 임차인은 최대 25%만 부담하게 한다. 또한 호주는 4월 24일 「소매 및 기타 상업용 임대 규정(코로나19) 2020」제정하여 상업용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영업피해에 비례하여 임대료를 감면해 주도록 하고,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임대료를 밀렸을 때 임대인이 계약종료를 미리 통보해야 하는 기간을 연장했고, 독일도 임대료를 체납한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고 영업이 금지된 업체의 고정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하며, 일본은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월(月)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 이상 감소했거나 3개월 연속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을 경우 법인은 최대 600만 엔, 개인사업자는 최대 300만 엔 안에서 신청 직전 6개월 치까지 임대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의 임대료 지원정책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임대료나 대출 원리금, 전기·수도료 등 고정 지출에 대한 감면 방안은 전무하다.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소유상가의 임대료 6개월 유예,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가 고작이다.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차임(임대료) 감액 청구권’은 강제력이 없고, 소송을 제기해도 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임대료 부담은 그대로다. 재난지원금으로는 한 달 치 월세도 내기 힘들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존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참으로 위중한 시기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시간이 없다. 확증 편향의 정쟁을 삼가고 임대인과 임차인에 맡겨만 두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주도적으로 적극 나서서 3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대타협의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독일과 캐나다 등 선진국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임대인·임차인 3자 간 임대료 분담 비율은 우리 경제현실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 정도에 따라 적절히 조정하면 될 것이다. 공공기관 소유상가의 임대료 감면을 적극 시행하고, 금융기관도 적극 나서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대출만기 연장, 상환유예 혜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관련 법령 정비 등도 서둘러야 할 것은 물론이다. 지금은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상생의 헌신(獻身)을 즉각 행동으로 옮길 때다. 임대료 고통분담의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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