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정치팀장·황재희 기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에 민간 협의체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들과 함께 '한국판 붉은 깃발'을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양 최고위원이 그간 주장했던 당·정·청+민간 협의체의 '구체적 플랜'이다.
양 최고위원은 경제 5단체 중심의 민간 협의체 구성 이유로 '발전적 규제 개혁'을 꼽았다. 기존 정부정책 의사결정 구조인 당·정·청 협의회와 현장 경험을 갖춘 경제 5단체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도려내겠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5단체의 민간 협의체 참여 여부에 따라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터닝 포인트를 맞을 전망이다. <관련 기사 24면>
◆"현장 배제한 채 답 찾을 수 있겠나"
양 최고위원은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답은 현장에 있다"며 "기업과 민간 영역을 제도 안으로 포섭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의 '붉은 깃발법'처럼 신(新)산업의 발전을 막는 (낡은) 제도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며 "당·정·청과 기업 현장을 아는 민간 협의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단언했다.
이 과정에서 양 최고위원은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법언(法諺)으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권리는 스스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 "규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떤 규제가 문제냐', '어떻게 문제냐'라고 구체적으로 묻는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기업이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경제 5단체 중 3곳, 1분기 임기 종료
양 최고위원은 "유능한 정치는 규제 개혁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산업과 신규 진입이 막힌 산업 등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양향자의 역할은 그 균형점을 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 5단체에 민간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는 시기는 '올해 1분기'가 유력할 전망이다. 양 최고위원은 "임기 만료를 앞둔 경제 5단체 수장이 적지 않다"며 민간 협의체 제안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허창수 GS 명예회장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한 달 뒤인 2월까지 직을 수행한다. 경제 5단체 중 3곳이 올해 1분기를 끝으로 새 단장에 들어가는 셈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현 정부 들어 위상이 높아진 대한상공회의소다. 차기 회장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최전선에 섰다. 5대 그룹 회동을 주재할 정도로 존재감도 크다.
최 회장이 후임자로 최종 결정된 뒤 민간 협의체에 참여한다면,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 회장 이외에 구자열 LS그룹 회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으로는 부회장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 거론된다.
양 최고위원은 "규제 개혁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함께하는 투 트랙 정책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력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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