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내정에 대해 ‘적시적재의 인사’라고 평가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의용 장관 내정자는 2018년 서울의 봄 때 남북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준비를 세 번 다 한 인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 내정자에 대해 “(2018년) 3월 5일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그의 얘기를 듣고 그걸 들고 3월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앞에 가서 얘기를 전달하니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바로 즉석에서 내가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얘기를 만든 소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아내는 식의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며 “미국의 국무부나 안보보좌관 쪽 사람을 우리 페이스로 끌고 오는데 상당히 좋은 인사”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김여정 하명인사’에 대해선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남은 1년 3~4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또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그런 시점에 인사교체를 한 것”이라며 “김여정의 발언에 놀라서 사람 바꿨다는 그건 ‘유치한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정 수석부의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북·미 관계에 대해 “비록 답답한 시간이 많기는 하겠지만, 춤추듯 파도가 몰아치는 북·미 관계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때보다 좀 더 차분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때처럼 깜짝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선물은 없겠지만, 북·미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는 등의 이변도 없을 거란 얘기다.
정 수석부의장은 “트럼프는 불가칙성이 많은 인물이라면, 바이든은 차분한 사람인 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등 초대 외교안보라인 면면을 보면 북한을 상대해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록 실무 중심의 보텀업(Bottom up·상향식)으로 시작해 답답한 시간이 많기는 하겠지만,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 측에서 (트럼프 행정부보다) 대응하기가 좀 쉬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방법론이나 문제 해결 시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 미국의 국가이익이 증대시키고, 유지하느냐 하는 쪽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남은 임기 1년 한 3~4개월 된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 초기 그 멤버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추느냐가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정 수석부의장은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정책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지명인사들이 ‘대북 제재 압박을 통한 대화 재개 가능’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 지명된 인사들은 되게 제재론자들”이라며 “북한 제재를 통해 협상의 제재 압박을 강화하면 (북한이) 회담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사실 단계별 방식을 거부하고 한 방에 끝내자고 해서 안 됐다.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으로 가야만 결국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방향에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모르겠다”며 “북·미 관계가 잘 풀리고 또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겠다는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하반기쯤에 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해야 올 수 있을 것”이란 전제 조건을 달며 현 상황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 실현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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