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전문가 5인 지상대담] "文정부 임기 내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 불가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김도형·신승훈·박경은 기자
입력 2021-02-01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바이든 정부, 트럼프식 '신고립주의' 탈피할 것"

  • "'따로따로'였던 한·미동맹, 회복 동시에 책임↑"

  • "대북전단금지법, 文정부 아킬레스건될 우려도"

  • "미·중갈등 장기화...제2의 '화웨이 사태'도 가능"

  • "미·중갈등 속 한·중 친선 관계, 쉽지 않을 전망"

이른바 '바이든 시대'가 개막한 지 열흘이 흐른 31일 한·미 동맹과 미·중 전략적 경쟁 등 여러 외교 사안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동맹 중시 기조의 조 바이든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이 한·미 관계에 득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한편 미·중 갈등 속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집권 5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대북(對北) 정책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아주경제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김흥규 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장,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박진 국민의힘 의원, 신각수 전 주일한국대사(이상 가나다순·이하 호칭 생략) 등 외교 전문가 5인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지상 대담을 준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맹 중시하는 바이든도 美 이익 챙길 것"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가.

권영세="바이든 정부는 외교적으로 고립주의를 탈피하고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에서 벗어나 동맹을 우선해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상품 우선주의(바이 아메리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 2.0'으로 불리는 지금 시대에서 미국이 동맹 관계를 좋게 가겠다고 하지만, 바이 아메리칸은 이를 상당히 제약할 것이다."

박진="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탈피해 동맹을 존중하는 보다 호혜적인 대외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다자주의 질서 하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재건하는 방식의 새로운 접근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각수="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대신 동맹국과 함께하겠다고 직접 얘기했다. 다만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도외시하기보다는 외교·안보 정책에서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되 동맹국과 함께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바이든 시대의 한·미 동맹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흥규="트럼프 전 행정부는 외향적으로 동맹을 거칠게 대했지만, 우리도 동맹의 책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중시를 계속 얘기하니 한국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동맹의 이해와 책임도 뒤따라온다. 현 상황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의 이해는 중국 견제다. 바이든 시대의 한·미 동맹은 대북 군사 동맹에서 대중(對中) 동맹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박진="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SMA) 등 한·미 간 현안에 대해 동맹의 가치보다 거래적 관계에 더 무게를 뒀다고 본다.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가치 동맹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각수="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양국이 사실상 따로 놀았다. 미국은 동맹국을 경시했고 한국은 북한과 중국을 더 배려한 측면이 있다. 바이든 정부 동안의 한·미 동맹 관계는 사실상 우리 하기 나름이다. 동맹 관계는 쌍무적이고 상호 간 이익이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추구하는 대다수 외교·안보 정책을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함께 실현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한·미 갈등 요소"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제정으로 한·미 동맹이 잡음을 빚을 가능성이 있나.

권영세=
"미국의 민주당이 인권을 강조해온 정파기 때문에 우리 정부 정책으로 양국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대북전단금지는 자유권 침해 문제도 있지만, 대북 정보 유입을 막는 문제도 있다. 미국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박진="대북전단금지는 문재인 정부 대미(對美) 관계의 아킬레스건(치명적 약점)이 될 것이다. 아시아 대표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정부·여당이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하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외부 정보를 원천차단하는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국제사회에서 수치다."

신각수="충분히 있다. 양국의 대북 정책이 다른 것 아니냐.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가치를 포기한 행위나 다름없어 민주주의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과도 배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내세웠는데 그 점에서도 배치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해달라고 하면 협조해주겠느냐.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 기본 전제다. 공짜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잔여 임기 내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보나.

권영세=
"쉽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북한이 여러 가지 정치적·전략적 고려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정상회담을 할 만한 사정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입장에선 한국 내 정치 상황도 유심히 볼 것이다. 여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제안 가능성도 달라질 것이다."

김흥규="불가능하다. 하반기에 북한이 인내심을 갖고 미국이 원하는 성의를 보이면 이론적으로 가능하겠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든지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때처럼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남북도 이제 바뀌는 (남측) 대통령을 (북한이) 뭐하러 만나려고 하겠느냐. 정권이 바뀌면 다 변하는데 남북 정상 만남도 힘들다."

박원곤="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깜짝 회담에 나설 가능성도 없다. 미국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고 하는데, 이건 미·중 관계 영향을 받는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국은 더 북한을 도와줄 것이다.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대화 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없고, 끝까지 버티는 전략을 쓸 것이다. 전반적으로 (대화)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

신각수="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도 전혀 가능성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 진전이 있기 전까진 절대 정상회담하지 않는다. 지금 상태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북한 제8차 당 대회 결과만 보면 답 나오지 않느냐. 북한이 핵 무력을 계속 유지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력 갱생하겠다는 것 아니냐. 정상회담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미·중 갈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용주의 전략으로 韓·中 관계 정립해야"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제2의 '화웨이 사태' 발생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권영세=
"재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우리가 대중 교역 의존도가 25% 가까이 되는데 이를 좀 줄여야 한다. 미·중 간 본격적 경제 갈등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역내에 자유무역협정(FTA) 그룹이 생겼는데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박원곤="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정책과 동맹국으로부터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경제 문제다. 기술 패권을 절대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전의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구상 요구와 비슷하다. 다만 막무가내로 '화웨이를 쓰지 마라'고 요구하던 트럼프 전 정부 때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중국 정부 및 기업 간 불투명한 관계를 부각하는 등 정교한 접근 방식으로 동맹국이 명분상으로도 (대중 전선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박진="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무역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같은 갈등은 화웨이뿐 아니라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펼칠 친환경 정책 분야로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신각수="무역 갈등 정도가 아니라 미·중 갈등 자체가 계속될 것이다. 제2의 화웨이 사태 역시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간 기술 경쟁은 곧 패권 경쟁이다. 바이든 정부가 물론 기후변화라든지 코로나19 대책, 세계 경제 관리 면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여지가 있겠지만 미·중 간 경제력·기술력·군사력 경쟁에 있어서는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주요 2개국(G2, 미·중) 갈등 속 한·중이 오는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김흥규="한·중 관계는 대단히 우호적이지 않았다. 서로 갈등을 피해 가는 관계를 지속하면서 상호 조심스럽게 관리해 왔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 앞으로 미국이 대중 전선에 한·미 동맹을 활용하려면 할수록 중국과의 마찰은 강해질 것이다. 일부 보수적인 분들은 한·미 동맹에 빨리 편승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그만큼 한·중 관계가 훼손된다. 하지만 한국에 그 손해를 상쇄할 만한 대체재가 없다."

박원곤="더 어려워지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대중 전선 참여) 선택의 압박은 있었지만,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세련되게 명분을 가져올 것이다.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양측을 끌고 가기 어렵기 때문에 한·중 관계를 유지하기는 힘들다. 어느 정도의 손해, 비용 등 감수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현 정부가 북한, 남북 관계에 초점을 두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코드를 맞추는 것도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박진="한국은 중국과도 전략적으로 잘 소통해야 한다. 실리를 바탕으로 사안별로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대와 달리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폭탄을 때리는 식의 충동적인 정책은 펼치지 않을 것이다.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경쟁을 병행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중 관계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면서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실용적인 전략을 추진하되 중국으로부터 올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신각수="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에 적대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의 여러 전략적 이해에 따른 협력을 추구하되 당당하게 하면 된다. 지금은 너무 저자세다. 한·중 간 상호 이익이 맞는 접점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착실히 추진해가면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