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기부왕’ 별명으로 유명하다. 내로라 하는 국내 재벌 오너 일가 중에서도 매년 기부를 꾸준히 해왔고 누적금액 또한 엄청나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최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에 착수하면서 기부왕 명성에 금이 갈 위기에 처했다. 재계는 그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SK네트웍스뿐만 아니라 SK그룹 전반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설립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 ‘아너 소사이어티’ 창립 회원이다. 2019년에는 27년간 개인 돈으로 132억원을 기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차남으로, 그룹 2대 회장에 오른 최종현 회장의 아들 최태원 현 SK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 창업주의 장남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2000년 8월 작고하면서 오너 일가 중 가장 맏형이 됐다. 2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최재원(SK 수석부회장) 형제와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최창원(SK디스커버리 부회장) 형제는 SK 그룹 아래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하면서도 우애가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 회장이 최근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면서 SK는 2013년에 이어 또 한 번 최씨 오너 일가가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위기다. 이번에 검찰이 최신원 회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200억원대의 법인 자금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해 10월 6일부터 이틀 연속 최 회장 자택과 SK네트웍스, SKC, 워커힐호텔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7일에는 최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직접 수사를 받았다.
최 회장의 비자금 의혹은 2018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SK네트웍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자 자신의 회사 지분을 사위 등에게 헐값 매각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비자금은 SK네트웍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실탄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2004년부터 SK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현 SK그룹의 지주사인 SK㈜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최 회장에 SK네트웍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부친 최종건 창업주가 1953년 처음 설립한 ‘선경직물’을 모태로 한 기업으로, 현 SK그룹의 뿌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1996년 선경 부사장으로 해외사업을 전담했고, 1997~1999년에는 SK유통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선경과 SK유통이 합쳐져 탄생한 것이 현재의 SK네트웍스다. SKC 회장과 SK텔레시스 회장을 역임했지만, 최 회장은 이런 인연 때문에 SK네트웍스의 경영에 애착을 보였고 2016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SK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가 현 SK의 근간이라 여기고 있는데, 이는 부친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라며 “수백억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기부왕이란 명예도 실추되는 한편 SK네트웍스의 그룹 내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