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는 지난 1월 중 주식시장이 열린 20거래일 내내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8조원을 훌쩍 넘는다. 1월 중 기관들이 기록한 17조3800억원의 순매도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
이처럼 연기금들이 지난달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내다 판 이유는 코스피지수가 3200포인트까지 오르는 등 국내 주식 가치가 오르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국내 주식 비중이 기준선의 턱 밑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연기금들이 포트폴리오 조정 및 차익 실현 기회를 잡고 국내 증시를 대거 처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이 최근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는 추세도 한몫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내 국내 증시의 비중을 지난해 17.3%에서 올해는 16.8%로 낮췄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수가 주도하는 코스피 랠리에 국내 연기금들이 기록적인 순매도로 대응하면서 김을 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금융이 민간 신용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넘치는 시중 유동 자금이 뉴딜 기업에 투자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도록 하는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과 윤관석 정무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가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상업용 빌딩 투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여러 연기금과 공제회가 소관 부처들의 이른바 `개입’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정부의 방침에 이들의 투자 방향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최근 국내 증시가 국내외 공매도 이슈 등으로 조정을 받은 만큼 1월 만큼 연기금들이 적극적으로 팔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연기금의 자산 배분 전략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들이 당장 정부의 입맛에 맞춰 투자 전략을 바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홍재근 팀장은 “최근 연기금들이 국내 주식을 판 것은 밸류에이션 확대에 따른 비중 축소 차원이었다”면서 “최근 코스피가 고점 대비로 200포인트가량 빠졌으니까 연기금들도 속도 조절을 할 것이다. 밸류에이션 조정 차원에서 오히려 담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이어 “정부에서 최근 연기금 부동산 투자를 문제 삼은 것은 단기적으로 많이 늘어난 데 따른 속도 조절 차원이라고 본다. 연기금들이 이를 고려는 하겠지만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늘리는 장기 전략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들 가운데 연기금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2012년을 제외하고는 9차례나 2월 중 순매수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연기금들의 2월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연기금들이 올해까지 2월 순매수 기록을 이어가면서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국내 증시의 소방수 역할을 해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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