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시를 들썩이게 만든 게임스톱 사태가 국내로도 번질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들이 셀트리온 등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미국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를 본받아 공매도와의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발표 전후 해당 종목들의 주가도 급등하며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가 벌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개인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미국의 '로빈후드' 투자자들까지 연대를 모색하는 '케이스트리트베츠(Kstreetbets, 이하 KSB)'시스템을 만들어 공매도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을 중심으로 뭉쳤다는 점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성명서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공매도 제도 개선 등을 수없이 요청했으나 당국은 앵무새처럼 순기능 운운하며 별 문제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왔다"며 "헤지펀드에 대항해 승리를 거둔 미국 게임스톱 주주들의 방식을 따라 ‘반 공매도 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투연이 '전장'으로 택한 종목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다.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기업들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는 2조1464억원, 3138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의 경우 2위인 넷마블(1522억원)의 약 14배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소액 주주들의 결속력이 유달리 강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수의 주주모임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주주들 역시 지난해 불법 공매도를 제보하면 포상금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언론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는 등 공매도 문제에 민감한 편이다. 한투연 측은 "두 기업은 공매도 잔고 1위인 것 외에도 계열사를 포함한 주주수가 80만명에 달하고, 주주연대가 강하다는 점에서 공매도와의 전쟁에 유리하다"며 "향후 공매도 피해가 큰 기업들의 주주들이 더욱 가세할 것이어서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력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이끈 게임스톱의 급등 기록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공매도 세력의 포지션 청산을 유도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급격히 불어난 개인 투자자들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해당 종목들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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