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기업들의 올해 성과를 가늠케 할 전망이다. 3월 중순 전후에 예정된 올해 주총의 관전 포인트로는 ‘3%룰 첫 적용’, ‘전자투표제도 확대’ 등 소액주주들의 권한 강화와 그 숫자 증가로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 ‘동학개미’가 꼽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2351곳이 이번 주부터 2021년 주총 준비의 마무리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주총 6주 전에는 내부결산과 실적 공시를 완료하고, 관련 절차 신고 등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사들은 주총 2주 전에 소집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공시 및 공고를 해야 한다. 1주 전까지는 외부감사 종료,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 제출 공시를 끝내야 한다. 올해는 개정 상법 시행령에 따라 주총 전 사업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상 없이 주총을 마무리하려면, 남은 기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올해 소액주주들의 힘이 크게 강화된 만큼 관련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3%룰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상법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약 21%에서 14.7%로 떨어진다.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총수일가의 의결권은 10%대 초반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 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의결권 3%룰’ 영향을 새롭게 받게 되는 유가증권 상장사(금융회사 제외) 206곳 중에서 모두 352명(공시자료 기준)의 감사위원이 3월에 임기만료 및 중도 퇴임 등으로 교체된다.
전자투표제도 확대와 소액주주의 증가도 상호 시너지를 내며 동학개미의 힘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투표제도는 주총 개최비용을 절감하고 소액주주 참여를 활성화하고자 2010년 5월 도입된 시스템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사상 최고를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2351곳 중 약 70%가 전자투표 서비스에 가입했다.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주식시장 가세가 이어지며 동학개미의 수도 크게 불었다. 일례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주수는 지난해 말일 기준 총 215만408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 중 개인 소액주주는 214만5317명으로 전체의 99.6%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수는 3억8719만2801주로 전체의 6.5%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동학개미 바람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총 전자투표 대상 주주 1502만252명 중 실제 투표에 참여한 주주는 10만4911명(0.69%)에 그쳤다. 게다가 동학개미 중 상당수가 단기 투자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좋은 성적을 낸 만큼, 동학개미들도 이들의 사업방향에 동조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과가 있는 기업들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면 그 중심이 동학개미가 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등 국민연금의 요구가 얼마나 더 거세질지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 도입 후 그 목소리를 더욱 키워왔다.
이와 함께 한진칼, 금호석유화학, 한국앤컴퍼니 등으로 인해 경영권을 둔 분쟁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3자연합의 다툼이 예상된다. 올해는 새로운 인물의 이사회 진출, 3%룰로 재편된 지분율 등으로 인해 더 복잡한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10%) 박철완 상무도 최근 배당 확대 및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사외이사 7명 중에 4명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3월 주총에서 위임장 경쟁이 불가피하다. 조현범 사장 등 자녀 간 지배주주 경영권 분쟁이 일고 있는 한국앤컴퍼니도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돼 이번에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맞붙는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은 상법 개정안 반영 등으로 경영권 분쟁의 지형도도 크게 달라졌다”며 “한진칼과 금호석유화학 등의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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