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꼬마' 된 대기업 빅4···쿠팡 '잡자' 반격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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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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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마트처럼 오프라인 강점 더욱 강화

  • 이커머스는 IT 기반 기업과 합종연횡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둔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55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40년 동안 국내 유통업계를 장악해 온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시가총액 합계의 4배에 달한다.

17일 기준 롯데쇼핑(3조3381억원)·이마트(5조1710억원)·신세계(2조4613억원)·현대백화점(1조8839억원)의 시가총액 합계는 12조8543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쿠팡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보다 매출, 영업이익 면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시가총액은 이들을 월등히 능가할 것이란 시각을 내놓는다. 위협의 원천은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며 깔아놓은 전국 170여개 물류센터, 자체 배송 시스템, 직매입 유통구조다. 여기에 쿠팡은 음식 배달, 동영상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를 기반으로 최근 5년간 쿠팡은 매년 30∼50%의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증권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매출액은 약 13조3000억원, 영업손실액은 5842억원으로 전년(2019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은 약 90% 성장했으며, 영업손실액은 1300억원가량 감소했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적잖이 놀란 눈치다. 온라인 소비 트렌드로의 변화는 체감하고 있었지만, 적자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각 기업과 10배 이상 차이 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 역시 수조원을 들여 롯데온(ON), SSG닷컴을 만들며 대응해 온 만큼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유통 대기업은 곧바로 반격 카드 준비에 나섰다. 생존 전략은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월마트'와 상당히 닮았다. 월마트는 2014년 더그 맥밀런 CEO 취임 후 '디지털 전환'과 '신선식품'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2016년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제트닷컴을 33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옴니 채널'을 강화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오프라인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어간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형 거대 복합쇼핑몰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온라인 부문에서는 인재채용과 함께 IT기업과의 합종연횡을 모색한다. 

쿠팡과 국내 유통 대기업 기업가치 비교[아주경제 그래픽팀]


오프라인 부문의 핵심은 체험형 대형집객시설 확보다.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쇼핑 롯데몰, 현대백화점 교외형 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최근, 지난해 말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인수한 쇼핑몰사업을 백화점부문으로 흡수시켰다. 단순 리테일 사업이 아닌,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복합 개발까지 아우르는 지역 랜드마크화 추진 사업에 방점을 두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수원, 창원, 동서울 등 복합쇼핑몰 개발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 단위 투자에도 쿠팡에 한참 뒤지는 이커머스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ON은 3조원을 들였지만 순위권 안에 진입하지도 못했으며, 월 사용자 수는 쿠팡의 5%에 불과하다. SSG닷컴은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거래액 기준으로 아직 이커머스 5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두 기업은 쿠팡이 갖지 못한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마트 PP(Picking&Packing)센터나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세미다크스토어 등을 확장한다. 부족한 정보기술(IT) DNA는 '반 쿠팡연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만났다. SSG닷컴은 올 상반기 대규모 경력사원 공개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설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였던 오픈마켓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단숨에 업계 2위 지위를 점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은 온라인 전환이 시급한 과제"라면서 "IT 기반 기업과 합종연횡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기존 오프라인 매장 역할을 극대화할 것"이라면서 "미국에선 아마존이 월마트를 의식하며 끊임없이 오프라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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